'남노련 사건' 의장 재심 38년 만에 무죄…"이적단체 증명 안돼"

사회

뉴스1,

2026년 4월 04일, 오전 07:00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청사. © 뉴스1

전두환 정권 당시 일명 '남노련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최규엽 씨가 약 3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김도형)는 지난달 19일 최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는 1986년 8월 서울남부지역노동자동맹(남노련)을 만들고 의장을 맡았다.

그는 1986년 11월 15일 남노련 중앙위원회 모임을 하면서 같은 달 29일에 열리는 직선제 개헌 서울대회에 구로구 영등포 지역 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물을 3회에 걸쳐 배포하자는 의견을 냈다.

또 '직선제를 쟁취해 장기 집권 음모를 분쇄하자'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구로구와 영등포 지역에 부착하고 대회에서 '노동삼권 쟁취' '8시간 노동 보장' 등 구호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1986년 11월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중 집회를 열고 '영구집권 획책하는 군부독재 타도하자' 등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펼치기로 했다.

당시 검찰은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시위를 예비했다"며 최 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는 1988년 4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서울고법은 같은 해 9월 양형 부당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선고 약 38년 뒤인 지난해 4월 11일 최 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8일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국군보안사령부 및 치안본부에서 남노련 회원들에 대해 불법적인 체포 및 구금, 폭행 등 불법 수사가 이뤄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에서 증거로 쓰인 일부 수사기관 진술 조서 등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남노련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구성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노동 운동에 관한 자료를 학습·토론하는 활동, 현장 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 조직 기관지를 발행하는 활동을 했다는 사실만 확인된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부정하는 내용의 활동을 했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 과정에서 위장 취업 등 일부 불법적 요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자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 씨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는 면소를 선고했다. 면소란 형사 재판에서 소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소가 적절하지 않을 때 내리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집시법에 관한 공소사실은 범죄 후 법률의 개폐에 의해 형이 폐지됐을 때 해당해 면소를 선고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무죄를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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