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텀블러와 프로야구 개막…류현진·강민호·양현종 어떨까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사회

뉴스1,

2026년 4월 04일, 오전 07:30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이어지며 암울한 소식 중 그나마 즐거운 일은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일 것이다. 체육 경기 관람을 즐기지는 않지만, 겨우내 기량을 닦은 각 팀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걸 보면 벌써 '가을야구'가 궁금해진다.

중계 화면이 선수와 응원석을 번갈아 비출 때 유독 눈길은 응원 도구나 먹거리를 향한다. 치킨과 맥주, 종이컵과 플라스틱 용기들이 경기의 열기만큼 빠르게 쌓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야구장은 여전히 '일회용 소비의 집합소'에 가깝다.

물론 많은 구장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협약을 맺어서 다회용기를 도입하고, 팬 커뮤니티 '크보플'(kbo fans 4 planet)이 '지속 가능한 야구'를 요구하는 등 자율 감량 움직임도 있다.

다만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원내부대표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회용 컵 사용량은 다소 줄었다가 다시 늘었고, 일회용기 사용량도 관중 증가와 함께 급증했다.

일부 구장은 다회용기를 도입했지만, 맥주컵과 접시 등 일부 품목에 그쳤고, 구단별 이행 격차도 컸다. 분리배출 역시 현장 혼잡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응원용 비닐봉과 막대풍선은 사라졌지만, 관중이 늘어나자, 전체 쓰레기 규모는 오히려 커진 셈이다.

염경엽 LG트윈스 감독이 경기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김기남 기자

2025년 시즌 평가는 올해 중순이나 연말쯤 나올 전망이다. 다만 관중 수가 이미 12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을 고려하면, 별다른 구조 개선이 없다면 쓰레기 문제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인다. '월드스타' 오타니 쇼헤이 등 선수들이 텀블러나 개인 물병을 사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중계 화면에 잡히고, 일부 구장은 음수대 시스템을 운영한다.

각 구단도 노력 중인데, 콜로라도 로키스는 재사용 컵 시범사업을 통해 MLB에서 '에코 슬러거 기술혁신상'을 받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홈구장 폐기물의 96%를 매립 대신 재활용·퇴비화했다.

자원을 어떻게 쓰고 줄일 것인지에 대한 시스템이 경기장 안에 자리 잡은 것이다. 선수와 팬 모두에게 음료는 '사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채워 쓰는 것'에 가깝다.

이 차이는 단순한 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구조 문제다. 물을 쉽게 쓰고 버리는 환경에서는 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물을 아끼고 재사용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자원이 갖는 의미 자체가 달라진다.

지금 중동에서는 그 '물'이 실제로 권력의 중심에 올라와 있다. 에너지 시설뿐 아니라 해수담수화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카타르와 아부다비, 두바이 등 도시의 생존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은 더 이상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즐거운 야구 이야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소비되는 수많은 일회용품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자원을 당연하게 쓰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물은 언제든 부족해질 수 있다. 담수화 시설과 물 갈등이 먼 중동의 전쟁 이야기로만 여겨지기엔, 어느 순간 우리 일상과도 맞닿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뉴스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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