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21년간 옥살이…"빗방울에도 물고문 트라우마 "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4일, 오후 01:13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른바 ‘부산 낙동강변 살인 사건’ 진범으로 누명을 써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 최인철(63)씨가 경찰의 물고문 트라우마에 “목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그날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장동익씨와 최인철씨가 2021년 2월 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씨는 “경찰들이 내가 잠을 못 자게 하려고 목덜미에 물을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5년이 지났음에도 “비가 내리면 비옷이나 우산이 반드시 있어야 외출할 수 있고 샤워기로 씻을 때도 절대로 물이 목에 곧바로 닿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물고문에 대해 목과 코로 물이 넘어오며 알싸함이 느껴졌다며 경찰관들이 고추냉이를 푼 것으로 의심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물고문 때 물고 있던 수건을 경찰관이 갑자기 당겨 부러진 이도, 그전에 다쳤던 팔에 박혀있던 철심과 나사가 튀어나왔던 고통도 시간이 흐르니 무감각해졌다”면서도 “비와 와사비처럼 그날의 기억이 겹치는 순간이면 아직도 경찰서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체포돼 고문을 당했던 장동익(66)씨는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고 흉터도 희미해지지만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내 빈자리를 채우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속될 때 두 살배기였던 딸이 출소 이후 20대 성인이 돼 있었다”며 “아빠의 사랑을 못 먹고 자란 딸에게 미안하고 마음의 벽이 없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씨와 장씨 측은 최근 부산경찰청에 사건 당시 경찰관으로 일한 5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 5인은 당시 사하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 등 4명과 중부경찰서에서 근무했던 B씨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낙동강변 살인 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후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당시 경찰들은 최 씨와 장 씨에게 고문을 가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뒤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장씨 등은 수사 과정에서 폭행을 비롯한 물고문, 잠을 재우지 않거나 쇠파이프에 다리를 끼워 거꾸로 매다는 행위 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와 최씨는 검찰 수사 때부터 ‘경찰에게 고문당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들은 21년간 복역한 뒤 2013년이 돼서야 모범수로 출소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최씨의 처남은 최씨가 사건 당일 대구의 처가에 있었다고 증언했다가 위증죄로 몰려 구속됐고 최씨의 아내 또한 위증교사죄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기까지 2개월, 1개월씩 수감돼 있었다.

이후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이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다고 발표했고 두 사람은 재심 끝에 지난해 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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