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때문에"…`선거철 대목` 한숨 쉬는 현수막 업체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후 02:12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원단 값이 30%가 넘게 오르는 판국에 누가 섣불리 주문하려고 하겠어요? 계약된 물량도 취소되고 있는데…”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현수막 제작 업체. 이 곳의 대표인 김모(54)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근 현수막 원단 공급 업체가 이달부터 최대 30%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는 공문을 보내서다. 김씨는 “원단 가격뿐만 아니라 현수막 출력에 필요한 잉크 가격도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제작 단가를 경쟁사보다 먼저 올리면 주문량이 줄어들 수 있어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월 28일 시작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분리되는 액체 탄화수소 혼합물로 비닐과 플라스틱 등 각종 생활용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목’을 기대했던 현수막 제작 업체들은 원단 가격 인상에 주문 감소를 걱정한다. 플라스틱·비닐 등 제품을 판매하는 서울 방산시장 상인들은 원재료를 구하지 못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 토로한다.

내일부터 63 지선까지 정당후보자명 현수막 게시 금지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월 미터톤(mt)당 608달러였던 나프타 월평균 가격은 1일 기준 1241달러로 약 104% 급등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으로 제작하는데 나프타를 원료로 한다.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의 현수막 원단 단가도 기존 6만원 선에서 8만~9만원까지 올랐다.

을지로 인쇄골목의 또다른 현수막 제작업체 대표 A씨는 “지방선거의 경우 출마하는 후보자가 많아 통상 대목으로 여긴다”며 “원단 가격 상승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 아무래도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은 현수막 물량을 줄일테니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일단은 원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비닐 등 제품을 공급하는 서울 중구 방산시장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주문이 쇄도하지만 원단 공급업체에서 물량을 받지 못해 납품이 어려워서다.

방산시장에서 20년째 비닐 도·소매 업체를 운영 중인 김용호(58) 씨는 “주문은 밀려오는데 원단을 구할 수가 없어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단 공급 업체에 발주를 했는데 최소 5월은 돼야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지금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곳에서 11년째 비닐 도·소매업을 하고있는 신모(46)씨도 “열흘 전부터 비닐 원단 수급이 어려워졌다”며 “발빠른 일부 거래처들은 3월 둘째 주에 대량 주문을 통해 ‘비닐 사재기’를 했다. 그때 일주일 간 한달 치 물량을 팔았다”고 했다. 신씨는 “그 뒤로는 원단 수급이 막혔는데, 앞으로 한 달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정말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나프타 추가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31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주요국 상무관과 코트라(KOTRA) 무역관장 등이 참석한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해 원유·나프타 추가 확보와 대체 수입선 발굴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동사태 여파로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 한 포장 관련 상점에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종량제봉투를 비롯한 비닐봉투, 포장용기 등 다양한 1회용품 포장재 품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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