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19년 6월 4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충남 천안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내 B(사망 당시 56세)씨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뽑았다. 이후 B씨는 30분 뒤인 오전 10시께 저산소증에 빠져 숨지고 말았다.
A씨가 범행한 배경에는 B씨와 함께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고통스럽게 삶을 연명하는 이들을 본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경북 김천시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는데 치매에 걸렸거나 중증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돌보며 “나중에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고 말했던 것이었다.
이후 B씨는 2019년 5월 29일 땀과 눈물을 흘린 채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A씨는 아내를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했지만 정확한 병명이나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자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고 인공호흡장치가 있는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B씨의 병명은 진단되지 않았고 의료진은 A씨 가족에게 회복이 어렵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가 B씨의 인공호흡장치를 뽑은 뒤 병원은 그를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법정서 집행유예 주장…法 “살해범행 정당화 어려워”
A씨 측은 법정에서 B씨가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점과 아내가 생전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 점, 하루 20~3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부담돼 범행한 것이라며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B씨의 사망에 병원 측 과실이 있다고도 했다. 사건 당일 A씨는 간호사가 보는 앞에서 인공호흡기를 뗀 뒤 의료진 제지로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왔는데 그 뒤로 인공호흡장치가 다시 삽관되는 등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A씨 측 변호인은 “‘장치를 삽관하라’는 담당 의사와 ‘보호자가 재삽관을 거부한다’는 다른 의료진 간 의견 충돌로 피해자가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으나 A씨는 재삽관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B씨의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던 점, 합법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했던 점 등을 바탕으로 A씨가 범행한 것은 비상식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했기에 상태만 봐도 안다”고 했지만 검찰은 “전문 의료인도 아닌 피고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어렵게 살면서 연명치료를 하지 말자고 했다. 아내와 다짐했고 자식들에게도 알렸다. 부담 주기도 싫었다”며 “(호흡기를 뗀 뒤) 주차장 암벽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아들로부터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1심 과정을 지켜본 배심원단 중 5명은 징역 5년을 택했으며 3명은 징역 4년, 1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택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인간 생명은 가장 존엄한 것으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며 “국민참여재판 도입 취지에 따라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도주 우려가 있어 법정 구속한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회복이 어려운 질병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은 것도 아니고 무슨 이유로 쓰러져 연명치료에 이르게 됐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지 않고 피해자를 살해한 범행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 측이 의료진 책임을 주장한 것을 두고는 “어떠한 과실이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고 만에 하나 의료진의 대처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고인의 죄책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양형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