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20년대 중반 흐름이 반전됐다. 제3기의 서막이다. 미츠이부동산은 2024년 도쿄 니시아자부에 36층 400실 규모의 파크웰스테이트 니시아자부를 열었다. 최고가 보증금이 5억4000만엔, 약 50억원으로 제국호텔 셰프가 식사를 책임지고 의료법인 게이에이카이가 24시간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개업 전 절반 이상이 계약됐다. 도큐부동산의 ‘그랑클레르’ 시리즈도 도쿄·오사카에서 25개 이상 시설을 운영하며 고급 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제1기와 제3기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첫째, 사업 주체가 바뀌었다. 중소 복지법인 대신 대형 부동산 디벨로퍼가 전면에 나서면서 자기자본과 다각화된 수익 구조로 보증금 의존도를 낮췄다. 둘째, 서비스 모델이 진화했다. 자립형 전용이 아니라 자립에서 요양, 임종까지 한 건물 안에서 연속 케어를 제공하는 은퇴주거단지(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CCRC) 모델이 표준이 됐다. 입주자가 나이 들어도 시설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셋째, 수요 기반이 두터워졌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2025년 발표에 따르면 순금융자산 1억엔 이상 부유층 가구는 165만 3000으로 2005년 대비 2.3배, 총 자산 규모 469조엔에 이른다. 넷째,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2006년 이후 입주일시금 500만엔 보전 의무와 정보공시 강화로 입주자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줄었다.
한국은 지금 어디쯤일까. 인구 구조로 보면 일본과 약 8~10년의 시차가 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 1947~1949년생)가 전원 75세 이상이 된 2025년에 비해 한국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본격 고령 진입은 2030년 전후다. 부유층 자산 증가, 대형 건설·금융사의 시장 진입,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외형적 조건은 일본의 제3기와 놀랍도록 닮았다.
그러나 같은 네 축으로 들여다보면 닮지 않은 부분이 더 선명하다. 사업 주체는 건설·시행 역량은 갖추었으나 시니어 주거 운영 전문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서비스 모델은 자립 단계에서 요양 단계로의 전환을 한 시설 안에서 설계할 법적·재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 수요 기반은 취약하다. 한국 고령 가구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시장이 경색되면 보증금 조달 자체가 막힌다. 제도적 안전장치는 더 뒤처져 있다. 일본에는 개호보험이 CCRC 내부의 요양 서비스를 뒷받침하지만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주거 연계형 서비스 모델을 아직 제도적으로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일 간 가장 본질적인 시차다.
일본의 제3의 물결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화려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연속 케어의 제도적 기반, 입주일시금 보전장치, 운영 표준화가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보증금 50억원짜리 레지던스를 짓는 것보다 그 안에서 20년을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어렵고 더 급하다. 지금 한국 시장에 부족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바로 그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