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쪼갰고, 신한은행은 넓혔다..발상 바꾼 장애인 고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5:28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다른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을 ‘부담금’의 문제로만 인식하던 시기, IBK기업은행은 은행 안의 일을 다시 분석하고 쪼개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기존 직무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대신, 은행 업무에 맞는 자리를 새로 설계했다. 기업은행은 전문 심의형, 디지털 상담형, 금융사고 모니터링 등 4개 직렬 25개 신규 직무를 도입해 장애인이 실제 금융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장애·보훈 대상 별도 채용을 통해 사무지원과 전화상담원 분야에서 1일 4시간 근무, 만 60세 정년이 가능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도입했다. 이런 방식으로 기업은행이 2019년 이후 신규 채용한 장애인은 185명에 달한다.

기업은행 사례의 핵심은 단순히 채용 규모가 아니다. 장애인을 기존 일자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금융업무에 적합한 직무를 새로 개발해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장애인 고용을 의무 이행이 아닌 인력 운영의 한 축으로 끌어올린 사례라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다른 방식으로 장애인 고용의 폭을 넓혔다. 지난달 출범한 발달장애인 음악단 ‘신한 SOL레미오’는 발달장애인 연주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연주자뿐 아니라 연습생도 함께 선발하고, 서울 강남구 신한아트홀에 전용 연습 공간을 조성해 은행 행사와 사회공헌 활동, 지역사회 문화예술 활동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갖췄다. 단순 후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 고용과 역량 개발, 공연 기회를 함께 묶은 모델이다.

신한은행 사례는 장애인 고용을 사무직 중심의 기존 틀에만 가둘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넓히면 장애인의 재능을 직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의 고용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같은 현장 사례를 토대로 7일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와 함께 ‘은행권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20개 은행 인사담당 부서장이 참석했다. 공단은 장애인 채용 및 고용유지 지원제도, 직무개발 사례, 맞춤훈련 등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안내했고, 은행업에 맞는 중·장기 장애인 고용 확대 전략과 단계별 이행계획도 제안했다.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듣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번 간담회의 주요 목적이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월 6일 체결된 ‘금융권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의 후속조치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장애인고용공단, 금융협회는 금융권 장애인 고용을 위한 정보공유 체계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고용 여건을 점검·개선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업무 특성에 맞는 직무와 고용모델을 확산하겠다는 방향도 협약에 담겼다.

공단은 이번 은행권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투자업과 보험업 등으로 논의를 넓힐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먼저 확인한 직무개발형, 직접고용형 사례를 다른 업권으로 확산하고, 유관기관 협의체를 통해 민관 협력과제 발굴과 맞춤형 고용컨설팅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7일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와 함께 은행권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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