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검찰개혁추진단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 정착 방안 토론회'에서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놓고 논리가 뚜렷하게 갈렸다.
발제자로 나선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 자체를 이념화하는 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수사-기소-공판-집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절차라는 점을 애써 무시한 것”이라며 “검사의 수사권을 무조건 박탈해야 한다는 입장은 형사사건 처리의 혼란과 적체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공소청법이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하면서 보완수사요구권의 법적 근거마저 모호해졌다”며 “시행 전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완수사권 인정의 필요성과 관련해 박 교수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 보완수사요구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 실무에서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고소인이 경찰 단계에서 누락한 서류를 검사에게 직접 제출하기를 원하는 경우 △소송조건에 관한 증거로서 피해자의 고소취소 및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접수하는 경우 △기소유예 여부 판단을 위해 피의자의 정상참작 자료를 징구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경우에 사건 보완을 금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실익이 딱히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보완수사는 예외적으로만 엄격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며 “모두 보완수사요구를 하라고 한다면 형사절차가 지연을 넘어 마비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불송치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요청 비율이 2021년 이후 5% 안팎에 머물고 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보완수사요구라는 간접통제만으로는 사법통제 밀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경찰관의 송치·불송치 결정 모두에 대해 검사의 심사를 거치게 하는 전건송치 원칙 재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시각은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채웠다. 이 변호사는 “업무상위력 성범죄,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관계 기반 범죄에서는 쟁점과 법리에 대한 이해가 수사의 방향과 내용을 좌우한다”며 “보완수사요구를 했으나 적확하지 않게 진행되거나 불필요하게 지연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경찰도 공소관도 아닌 피해자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대한민국에서 입법자들의 공포와 일반 서민의 공포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며 정치적 논리가 아닌 피해자 현실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완수사권의 범위를 “송치된 사건과의 동일성 또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부분”으로 한정하고, 이를 벗어난 수사에 대해서는 공소기각이라는 절차적 제재를 연동하면 남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반면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보완수사권에 대해 “만약 허용하더라도 공판에서 피고인 측이 수사에 참여한 공소관을 증인으로 세우려 할 수 있어 공소관의 객관적 위상이 토대부터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설령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판단이다.
손병호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완수사요구권의 실질화가 먼저라고 맞섰다. 손 변호사는 “과거 검찰 수사가 경찰보다 뛰어난 것처럼 보였던 것은 수사 역량의 본질적 우월함이 아니라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독점이라는 권한 집중에서 비롯된 구조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완수사요구 과정의 수사 지연 문제는 형사사법포털(KICS)을 통한 전자화와 수사기관-공소청 간 수평적 협업 모델 정착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관 6000여명을 중수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재배치해 수사역량의 비대칭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찬성 측 논거들을 하나씩 반박하며 논리의 비약을 지적했다. ‘검사가 직접 대면해야 신빙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유 교수는 “훈련받은 수사관조차 대면 관찰을 통한 거짓말 탐지 정확도는 50~57%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핑퐁 현상은 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보완수사를 요구한 검사와 이후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가 달라지는 실무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으며 “현재 검찰개혁에서 부족한 것은 더 많은 검사의 권한이 아니라 수사절차를 법률로 규율하는 수사절차법 제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존치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용철 교수는 공소청법이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협의·지원’으로 대체한 데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특사경은 개별 직역의 전문가이지만 수사에 관해서는 비전문가”라며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효율성 담보, 인권침해 사전 방지를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사경 사건은 직무 수행 중 자체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고소·고발인의 통제를 기대하기 어렵고, 잦은 인사이동으로 사건이 암장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국운 교수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유지가 아니라 각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직제령 개정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특사경의 위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행정수단을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기존 체제는 특사경 각 분야의 전문적 수사역량을 발전시키는 측면에서 최선의 체제였다고 보기 힘들다”며 전문수사기구 방향으로 양성할 분야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운영할 분야를 구분해 각각의 상황에 맞게 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