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 늘려, 줄여' 법조계 갑론을박…"시장구조 재편 논의 실종"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09일, 오전 10:12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오는 24일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변호사 수를 둘러싼 법조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등 직역단체는 최근 세미나와 집회 등을 통해 감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오히려 올려야 한다며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로스쿨 재학생까지 7년 만에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갈등이 번지는 가운데 ‘로스쿨 제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의견도 제시된다.

변호사 증가로 법조 경쟁 격화 (사진=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과 서울변회 관계자 400여명은 지난 6일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변호사 수 감축과 법조 시장 정상화 촉구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7년 만에 변호사가 수가 4배 급증했다며 국내 법조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주장했다. 2026년 4월 기준 등록 변호사는 3만 8234명으로 법무부는 매년 1700명 내외의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사건 수임 경쟁이 심화되면서 청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수입 감소와 고용 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쟁 심화가 변호사들의 과도한 광고비 지출을 유발하고 이것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전가돼 국민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단 설명이다. 또 인공지능 보편화라는 시장 변화를 반영해, 올해 합격자 수를 1500명으로 대폭 줄이고 이후 1000명 내외로 합격자 수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순열 서울변회 회장은 로스쿨 도입 당시 한시법에 따라 결원보충제를 시행해 왔는데 15년째 한시법이 지속되고 있다며 “왜 대학의 재정 때문에 10%가 넘는 입학생들을 추가로 뽑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수를 높여야 한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시험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일 뿐, 인위적으로 합격자 수를 제한하는 선발시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전국 25개 전국법학대학원 원장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과거 70~80% 수준이던 합격률이 최근 50% 안팎으로 낮아졌다며 다시 이전 수준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게 만드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합격선 점수는 제1회 시험에서 720.46점이었으나, 최근 제14회 시험에서는 880.1점으로 대폭 높아졌다. 이들은 낮은 합격률이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어긋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학생 합격률을 높여야하는 로스쿨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합격률이 입증된 학생들을 선발할 수 밖에 없단 것이다.

기업 자문, 공공 영역, 신산업 분야 등 법조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로스쿨협의회는 국내 법조시장 규모가 2013년 약 3.8조원에서 2024년 9.59조원으로 대폭 성장했다며 중장기적으로 변호사 수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 수 증가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의 사법접근권 보장은 여전히 요원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로스쿨 재학생 6000여명의 학생대표자협의회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도 8일 성명을 내고 응시자 대비 75%로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보탰다.

전문가들은 양측 주장 모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한다. 변호사 단체의 감축론은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는 수임 감소와 소득 양극화 문제를 반영하고 있지만, 직역 보호 논리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로스쿨 측의 확대론은 장기적 수요 증가를 근거로 들지만, 실제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변호사 수를 둘러싼 논쟁은 법률시장 구조 전반과 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매해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논쟁은 변호사 공급량 조절에만 매몰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향을 중점으로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법조인은 “로스쿨 폐해를 지적하며 사시부활 제도도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완벽한 제도라는 것은 없다”며 “현행 제도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먼저 논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첨언했다.

변호사 증가로 법조 경쟁 격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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