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인데 ‘경증’ 분류…응급실서 밀리는 환자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8:57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신경과 등 배후진료과 전문의의 응급실 상주를 의무화하고, 뇌졸중의 임상적 긴급성을 반영한 중증도 분류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료계 요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 대한뇌졸중학회와 소병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공동 개최했다.(사진=대한뇌졸중학회)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현행 응급의료체계가 이를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뇌졸중은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환자의 생존과 장애 여부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중증응급질환으로, 특히 뇌경색의 경우 혈관이 막힌 뒤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이른바 ‘응급실 미수용’ 현상과 전문 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로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증 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거나, 병원 내 치료 역량이 있음에도 응급실 단계에서 수용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병상 부족이 아니라 응급의학과와 배후진료과 간 협력 부족, 전문의의 응급실 부재, 제도적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한뇌졸중학회는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신경과 등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즉각적인 판단과 치료 결정에 참여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의가 119와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병원 간 협력을 조율할 경우 환자 분류와 이송, 치료 결정까지 전 과정의 지연을 줄여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 분류체계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구급대 단계에서는 개선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응급실에서 사용하는 분류체계는 과거 기준이 유지되면서 실제 임상적 긴급성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환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도로 분류돼 진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응급도 밀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뇌졸중학회는 법·제도 개정을 통해 병원 전 단계와 응급실, 임상 판단 간 기준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8일 뇌졸중학회가 국회와 함께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간담회에서는 배후진료 개념의 법제화와 함께 전문 인력 확충, 전주기적 응급의료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응급실 내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와 중증도 분류 기준 정비가 이뤄질 경우 지역 간 치료 격차를 줄이고 중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차재관 뇌졸중학회 회장은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가 환자의 삶을 결정한다”며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전국 어디서나 신속한 뇌졸중 치료가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근식 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응급신경학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의 응급실 상주와 중증도 분류 체계 개선, 그리고 배후진료를 뒷받침하는 법·제도 정비가 이루어진다면 뇌졸중 치료의 지역 격차를 줄이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한뇌졸중학회는 정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지속 가능한 뇌졸중 치료 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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