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호시설 절반이 정신질환…치료·교육 전문가는 사실상 '0'[only 이데일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전 08:35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소년원 송치 직전 마지막 단계인 소년보호시설(소년법상 6호처분 시설)에 있는 청소년 중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지만 이들의 회복을 지원할 전문 심리 상담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비행 방지를 핵심 목표로 하는 시설이지만 지원 미비로 그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조정까지 이뤄질 경우 치료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12일 이데일리가 아동보호치료시설(가형) 8곳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당 시설에 입소한 소년범 687명 중 362명(52.7%)이 정신과 진료 이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중복)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발달장애가 1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울장애 83건 △품행장애 6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아동보호치료시설은 법원에서 6호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이 입소하는 곳으로 ‘6호시설’이라고 불린다. 전국에 6호처분 소년범을 수용하는 시설은 법무부·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16곳으로 복지부 소관 아동보호치료시설에서 대부분의 인원을 수용하고 있다. 6호 처분은 소년원 송치까지는 아니지만 재비행 우려가 큰 경우 결정되며 폭력·강도·성범죄 등 중대한 범죄에 적용되는 8~10호 처분보다 한 단계 낮다. 비행이 더 심화되기 전 이를 막기 위한 중간 단계의 처분수위다.

이곳에 입소한 소년범 중 이들의 정신과 치료할 전문가는 없다시피하다. 지난해 아동보호치료시설에 배치된 임상심리 상담원은 시설당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을 기점으로 유병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호소했다.

김광현 로뎀청소년학교 교장은 “10년 전만 해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러 입소하는 소년범들이 많아 질서, 예절, 법 교육 등만으로도 충분했다”며 “최근에는 상담사나 전문교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 인력 부족은 현장 지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지능지수(IQ)가 70~85 수준인 경계선 지능 아동도 69명에 달해 정규 교육과정보다 2~3년가량 뒤처진 아이들에게 개별 맞춤형 지도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돌발 행동까지 겹치면서 정상적인 수업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황철현 살레시오청소년센터 원장은 “ADHD가 심각한 아동이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면 한 명의 행동만으로 전체 수업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다”며 “그런 아동이 1~2명이면 개인교습이 가능하지만 ADHD 사례가 절반에 이르다보니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신과 진료도 녹록지 않다. 시설 이탈 우려가 있어 선생님이 반드시 동행해야 하지만 입소한 소년범들이 많아 쉽지 않을 게 현실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따라 6호 처분이 소년원 송치 전 재비행을 막기 위한 중간 단계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교장은 “다른 6호 시설에 있다가 재판을 받고 우리 시설에 입소하는 등 6호 시설에서 뺑뺑이를 도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앞서 소년범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엄벌 기조만 강화할 경우 오히려 어린 아동들이 재비행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치료시설의 시설 관리 기준만 마련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상황에 따라 예산 지원이 천차만별이다. 김광혁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보호와 치료를 받아야 복귀했을 때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지역에 따라 차별적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건 맞지 않다. 복지부 차원에서 예산을 늘려 국가가 책임지는 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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