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6년도 상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가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2026.4.13 © 뉴스1 안은나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3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첫 정기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 표명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사법개혁 3법이 공포·시행된 뒤 처음으로 열렸다.
법관 대표들은 "사법부 신뢰 회복의 필요성에 대해 통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사법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을 초래할 수 있는 법률이 보다 폭넓고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또 각각의 법안에 대해 "분쟁의 종국적 해결 지연, 단기간 대법관을 대규모로 증원하는 데 따른 인력 부족 등 사실심 약화, 법왜곡죄로 인한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정치적 악용 등으로 국민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왜곡죄에 따라 형사재판 담당 법관들에 대한 부당 고소·고발로 인한 재판 위축 등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향후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산하 각 분과위원회에서 법왜곡죄 등 개정법의 문제점과 대응책을 연구·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법개혁 3법 관련 의견 표명 안건은 지난 10일 제안됐고, 구성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날 정식 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회의에서는 '이미 법이 시행된 상황에 의견표명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표명하고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 등 의견 표명 여부 자체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후 수정을 거쳐 최종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거쳐 재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날 회의에는 법관 대표들의 요청에 따라 사법개혁 3법 개정 과정과 후속 조치, 추가 사법개혁 법안 경과와 의견, 헌법재판소 파견 인력 현황·향후 계획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설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도입과 관련해 '직무소송 지원센터'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무관을 충원해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 현황을 취합하고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를 행정처 내에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진행 단계별 매뉴얼 제작, 타 기관과의 협력, 법왜곡죄 실체법적 해석 기준, 해외 사례, 악성 고소인에 관한 대응 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
사법정책연구원, 해외연수 법관, 법원행정처 조사위원 등을 통해 법왜곡죄를 이미 시행 중인 해외 국가들의 법령·해석자료, 주요 판례 등도 알아보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026년도 상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의장 후보인 강동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날 강 판사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2026.4.13 © 뉴스1 안은나 기자
또 이날 회의에서 강동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56·사법연수원 31기)와 조정민 인천지법 부천지원 부장판사(45·35기)를 각각 새로운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의장단 임기는 이날부터 내년 정기 인사일까지다.
강 부장판사는 총 130명의 법관 대표 가운데 11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79표를 얻어 선출됐다. 단독 출마한 조 부장판사는 법관 대표 117명이 참여해 110표의 찬성표를 얻었다.
강 부장판사는 전북 정읍 호남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7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9년 2월 광주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수원, 서울, 전주지방법원을 거쳐 2022년부터 가사 재판을 맡고 있다.
강 부장판사는 2023년 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1심을 맡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의장직에 입후보했다 낙선한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2·29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무난한 성격에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한 데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인사 말씀을 통해 "최근 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법률들이 시행되면서 법관 여러분께서 느끼고 계실 우려가 클 줄 안다"며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된 데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 불편과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법관 여러분께 불안과 걱정이 가중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지혜를 모아주신다면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