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본인 제공)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답을 제시한 판례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99헌마513 결정(헌법재판소 2005. 5. 26. 선고 99헌마513 등 결정)이다. 이 결정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한 대표적인 헌법 판례로 평가된다.
사건의 출발점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생각하는 주민등록증 지문날인 제도였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우리는 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찍는다. 그리고 이 지문 정보는 국가기관(경찰청)에 의해 보관되고 전산화되어 범죄수사 목적에 이용된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절차지만, 당시 일부는 “국가가 모든 국민의 지문을 수집해 보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1999년 일부 시민들은 주민등록증 발급 과정에서 제출한 지문 정보가 경찰청에 의해 보관되고 전산화되어 범죄수사 등에 이용되는 것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한 규정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건도 제기되었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들을 함께 심리하게 되었다.
청구인들의 주장은 비교적 단순했다. 지문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평생 거의 변하지 않는 정보이므로 한번 수집되면 변경할 수도 없다. 따라서 국가가 모든 국민의 지문을 수집해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먼저 지문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이며, 국가가 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행위는 개인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오늘날 개인정보 보호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정보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권리라는 의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권리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보았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이러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보지는 않았다. 당시 주민등록증 지문날인 제도는 국민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지문은 개인을 식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헌법재판소는 지문날인 제도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판결의 의미는 단순히 지문날인 제도가 합헌인지 여부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점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즉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우리 헌법 질서 속에서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한 행정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권의 문제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헌법적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지문뿐 아니라 위치정보, 검색기록, 소비기록 등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남기며 살아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정보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한 결정은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개인정보의 주인은 바로 개인 자신이라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