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20곳 중 1곳만 'ESG'…기업 절반은 "그게 뭔대요?"

사회

뉴스1,

2026년 4월 14일, 오전 06:30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는 브라질 벨렝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대표단, 경희대 후마니타스, GYCC 등 COP30에 참석한 청년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환경정책과 방향에 대해 논의한 후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News1

국내 중소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률이 5.5%에 그치고 약 49.7%는 개념조차 모른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후위기가 기업 경영과 금융시장까지 흔드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사실상 대응 준비가 안 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호승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팀은 최근 산업통상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금융위원회 산하 예금보험공사 등 관계 기관과 업계 상황을 종합 분석한 '기후리스크 시대, 중소기업 ESG 공시 역량 강화와 기후 적응 정책 방향 제안' 연구를 공개했다.

이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낮은 공시 수준과 대응 부족이 공급망·금융·국가 재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비용과 매출, 금융 안정성까지 흔드는 요인이 됐다고 짚었다. 폭염·홍수·가뭄 같은 극한 기후가 잦아지면서 생산시설이 멈추거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납기 지연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중소기업이 거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SG를 일부라도 도입한 기업은 5.5%에 불과했고, ESG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응답이 약 절반에 달했다. 전담 조직이 없다는 기업도 83%였다.

단순히 '기후 대응이 부족한 기업'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거래와 돈 문제로 바로 이어진다.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52.2%는 해외 거래처가 요구하는 ESG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고 답했다.

금융에서도 영향이 나타난다. 은행과 투자기관은 기업의 ESG 수준과 기후 리스크 관리 능력을 대출 심사나 투자 판단에 반영하고 있다. 공시가 부족한 기업은 금리가 오르거나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 피해는 이미 현실이다. 2022년 포항 홍수 당시 산업단지 내 중소 제조업체 약 70%가 가동을 멈췄다. 생산시설이 한 곳에 몰려 있고 복구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특성상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 피해는 결국 정부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내 재난 피해액은 2018년 1413억 원에서 2022년 5927억 원으로 늘었다. 자연재해 보험도 정부가 55~100%를 부담하는 구조라 민간 대응이 부족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진다.

금융 시스템 차원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분석에는 기후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금융권 손실이 25.1조 원, 대응할 경우 19.5조 원으로 나타나 약 22% 차이가 발생했다. 기후 대응 여부가 장기적인 금융 안정성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 공시'가 있다. 공시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위험, 대응 계획 등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와 은행은 이 정보를 보고 위험을 판단한다. 정보가 없으면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 더 높은 금리나 조건을 적용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공시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환경·사회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고,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사에도 비슷한 수준의 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매출 10억 달러 이상, 5억 달러 이상 기업에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과 거래하려면 중소기업도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준비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직접 규제를 받지 않더라도 공급망을 통해 사실상 의무가 생기는 셈이다.

이 교수팀은 기존 정책이 ‘탄소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한 것은 재난 피해를 줄이고 생산을 유지하는 '적응 투자'라는 설명이다. 적응 투자는 침수 방지 설비 설치나 생산시설 이전, 냉방·배수 시스템 강화처럼 기후 피해 자체를 줄이기 위한 대응을 말한다. 실제로 기후 적응 투자는 인명 피해와 자산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는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다. 중소기업이 공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간소화된 기준을 만들고, 설비 투자나 데이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 투자-공시-금융이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반면 한국은 지원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고, 공시 수준에 따른 금융 혜택이나 보상 체계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만 늘고 실질적 이익은 불분명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연구는 해결책으로 공시 역량 교육과 컨설팅 확대, 기후 적응 투자 지원, AI 기반 자동 공시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공시를 쉽게 하고 그 결과가 금융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팀 분석의 핵심은 중소기업을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 리스크 대응이 늦어질수록 그 비용은 기업을 넘어 금융과 국가 재정으로 확산되는 구조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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