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의 이번 판정은 공공부문에서 ‘예산 권한’만으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준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 경기 지노위 “화성시 사용자 아냐…체육회가 운영·관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13일 공공연대노동조합이 제기한 시정신청 사건에서 화성시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쟁점은 화성시가 화성시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들의 임금·수당 등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계약 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경기 지노위는 화성시가 관련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주체이기는 하나, 수당 등 근로조건을 직접 정하거나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체육회라는 별도 법인 구조 아래에서 채용과 보수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단은 최근 노동위원회가 공공부문을 포함해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해온 흐름과 대비된다.
노동위는 공공부문에서도 작업 방식, 안전 기준, 운영 체계 등에 구체적으로 개입해 ‘현장 단위의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경우, 형식적인 고용관계와 관계없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에 대해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공항 시설관리·운영 등 해당 업무가 공항공사 운영에 필수적이고, 형식상 고용관계는 자회사에 있지만, 실제로는 도급 구조를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이 사실상 공항공사에 의해 좌우된다며 사용자로 인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에서는 산업안전 의제에 한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동위는 공사가 공항 시설과 장비에 대한 지배·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외에도 국책연구기관이 시설관리·경비 용역 직원에 대해 원청 기관이 출입 통제 방식과 근무 배치, 안전 기준 등을 직접 설정한 점을 근거로 사용자로 인정했고, 공공기관 자회사 구조에서도 인력 운영 기준과 근무 형태를 원청이 사실상 통제한 경우 사용자로 봤다.
또 공공기관 콜센터에서는 응대 방식과 업무 처리 절차, 성과 기준까지 원청이 설계·관리한 점이, 전력·건설 등 공공 인프라 분야에서는 작업 절차와 안전 규정을 원청이 직접 통제한 점이 각각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됐다.
◇ 노동부 “국회 심의·의결 거친 예산 집행 사용자성 근거 안돼”
반면 화성시 사건은 이러한 사례들과 달리, 지자체가 사업 예산을 배정하고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임금 체계나 근로조건을 직접 설계하거나 현장 업무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기 지노위는 지자체의 예산 편성·집행 권한이 근로조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는 간접적 영향에 불과하며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인 ‘직접적·구체적 결정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 기준은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제시한 사용자성 판단 지침과도 맥을 같이한다.
노동부는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을 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임금 수준과 노동시간, 인력 규모, 업무 방식, 안전·보건 기준 등 근로환경 전반을 포함한다.
다만 노동부는 공공부문에 대해 별도의 고려 요소를 제시했다.
노동부는 △법령이나 조례로 정해진 기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예산의 집행,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하기관에 대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지도·감독 등은 공공행정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산을 편성·배분한 이후 산하 공공기관이 총액인건비 범위 내에서 인력과 임금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정부가 이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부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화성시 사건 역시 이러한 판단 틀에 해당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 공공부문 노란봉투 사용자성 분쟁, 주요 전장으로 부상
화성시 사례가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예산을 배정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원청 사용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공공부문은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분쟁의 주요 전장이 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 당시에는 제조업 사내하청이나 건설 등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상대로 한 사건이 빠르게 늘고 있는 양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0일 기준 원청 사용자성과 관련해 접수된 사건은 총 294건으로, 이 가운데 공공부문이 78건을 차지한다. 교섭요구 역시 공공부문에서만 원청 156곳, 395개 노조·지부·지회, 조합원 7만1000여 명 규모로 집계됐다.
민간부문은 원청 216개, 노조·지부·지회 617개, 조합원 7만5700여명이다.
다만 ‘정해진 예산을 집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성을 무조건 면책받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 지침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재량권을 바탕으로 예산이나 정책을 집행하면서, 외부기관 노동자의 임금 수준, 인력 운영, 업무 방식, 안전 기준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나 공공기관이 근로조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사업 운영 주체가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사안별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부 지침의 핵심이다.
예컨대 예산 배정에 그치지 않고 인력 기준을 사실상 정하거나, 임금 가이드라인을 강제하고, 업무 수행 방식이나 안전관리 체계를 직접 통제하는 경우에는 형식적인 계약 관계와 무관하게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