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조직에 가상계좌 팔아 수백억원 챙긴 PG사[only 이데일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5:47

[이데일리 김현재 방보경 기자] 불법도박 사이트·보이스피싱 조직 자금 유통 수단으로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결제대행사(PG·Payment Gateway) 대표들이 구속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회사들이 제공한 가상계좌를 통해 1년간 거래된 불법자금은 9조원이 넘는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최근 가상계좌를 이용한 자금세탁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불법 조직들이 PG사를 만들어 자금세탁을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계좌 발급 및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료= 금융감독원, 그래픽= 김정훈 기자)
14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및 사기방조 등 혐의로 PG사 대표 오모(46) 씨 등 2명을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송치했다.

이들은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서원주신협과 결탁해 가상계좌를 공급받고 이를 다시 불법도박 사이트·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PG사들은 계좌 제공의 대가로 수백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서원주신협에서 PG사들에게 발급한 가상계좌 거래액은 약 9조 883억원이다. 이 거래액 대부분을 범죄 수익으로 추정하는 경찰은 지난 1월 국민체육진흥법 도박개장·범죄수익 은닉규제 위반 등 혐의로 서원주신협을 압수수색했다.

PG사는 온·오프라인 결제 시 구매자와 판매자, 금융기관 간 결제 정보를 전달하고 대금 정산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 법상 PG사는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관련 서류와 자격만 갖추면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설립할 수 있다.

과거 피싱 조직과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자금세탁을 위해 대포통장을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수사기관의 대대적 단속으로 가상계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공과금이나 세금 납부 등에 흔히 활용되는 가상계좌는 일반 통장과 달리 사실상 무한대로 개설이 가능하다.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가상계좌와 연결된 모(母)계좌는 지급 정지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 탓에 범죄 조직들은 자금세탁을 위해 가상계좌 공급이 가능한 PG사들과 결탁하고 PG사들은 은행권 접촉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도 카드 승인 정보를 조작해 허위 대출금을 일으키거나 투자사기에 연루되는 등 범죄 조직과 결탁한 PG사 4곳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또한 이번에 검찰에 송치된 PG사 중 한 곳은 범죄 조직원이 연루된 곳으로 확인됐다.

방민우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가상계좌는 사실상 무제한 발급이 가능하고 실제 명의자 확인이 어렵다”면서 “피싱 피해자 입장에서는 입금 계좌에 기업 이름이 등장하면 사기 피해를 입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했다. 이어 “가상계좌 발급 요건 강화 및 가상계좌가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될 경우 사기 공범으로 처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도 “불법도박사이트와 피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죄자금 유통경로를 차단해야 한다”면서 “금감원과 수사기관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상계좌 발급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계좌 발급시 사전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며 “분기별로 PG사들에 대한 감독 및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의심거래 포착과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AML)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