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6년차 류미래(32·변호사시험 10회) 전 부산지검 검사의 사직 글은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전체에 큰 반향을 나타냈다. 경찰이 단순 스토킹으로 송치한 사건을 보완수사를 통해 20년간의 계부 성폭행으로 밝혀내 검찰 내부에서도 촉망받던 이 젊은 검사가 돌연 사직과 함께 검찰개혁에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면서다.
류 전 검사는 사직서 수리 후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개청을 두고 “검찰 수사권 폐지가 심각한 수사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미래(32·변호사시험 10회) 전 부산지검 검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류 전 검사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경찰이 가진 수사 경험은 재판과 분리돼 있어 그 구조적 한계가 명백해서다.
그는 “경찰은 재판 단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다보니 재판과정에서 요구하는 양형 요소나 증거 구성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이후 검찰 단계에서 이를 보완하려고 할 때에는 이미 중요한 증거 확보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류 전 검사는 실제로 영장 신청 단계부터 증거 수집 등 법적 절차의 허점도 현장에서 종종 목격했다. 그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영장 종류나 절차에 대한 판단이 미흡하면 신속하게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수집된 증거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를 경험했다”며 “경찰에서 부모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아들의 노트북을 동의 없이 가져와서 제가 시정조치요구를 한 적도 있었다. 적법한 영장 없이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했다. 이어 “결국 법률가인 검찰에서 반드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라고 했다.
보완수사권이 축소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범죄 유형으로는 ‘조직적 범죄’와 ‘신종 범죄’를 꼽았다.
류 전 검사는 “조직적 사기 범죄는 법적 구조를 고려해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부터 법률적 관점에서 증거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며 “혐의가 충분히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가 종결될 경우 이후 단계에서 보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신종 범죄의 경우 구성요건 해당 여부 자체에 대한 법리 검토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전 검사는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은 비단 규모가 큰 사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보완을 위해 하루에 전화를 50번 가까이 하는 날도 있다”며 “간단한 절도 사건이라도 피해자와 합의했는지가 중요한 양형 사유인데 경찰은 재판을 고려하지 않으니 이런 세밀한 부분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내용도 검찰에서 추가 확인하지 못하고 다 경찰로 내려보내면 사건 처리가 얼마나 지연되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게 그가 우려하는 핵심 대목이다.
류 전 검사는 2021년 발생한 홍대 거리 집단 폭행을 당해 기절한 피해자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경찰은 가해자 중 2명만 특정해 송치했지만, 류 전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불러 폐쇄회로(CC)TV를 함께 보며 추가 피의자를 특정했다. 그는 “보이는 피의자만 인지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간단한 사건도 보완할 게 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라질 경우 마땅히 처벌받을 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사건이 적체돼 형사사법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미래(32·변호사시험 10회) 전 부산지검 검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류 전 검사를 단번에 검찰 내 ‘실력 있는 젊은 검사’로 주목받게 한 계부 A씨 성폭행 사건의 경우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통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경찰은 단순 스토킹으로 송치했지만 류 검사는 사건 기록을 살펴보던 중 의문을 갖게 됐다. 결국 집요하게 수사를 실시한 류 전 검사는 20년 간 계부로부터 성폭행 당한 미혼모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수사 성과로 연결된 것이다. 지난 2023년 10월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은 류 전 검사가 전면 재수사에 나서면서 이듬해 12월 A씨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추가 기소가 이뤄졌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2심에서는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류 전 검사는 오랜 가스라이팅에 의한 준강간이 인정된 선례가 많지 않지만 이에 대한 법리와 이 사건이 검찰 수사 및 기소 대상인지 여부를 며칠에 걸쳐 검토한 끝에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이 사건은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의 범위를 처음으로 해석한 판결이 됐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에서 인용됐다. 그는 “검사들은 판례를 만드는 사람이다. 안 되더라도 시도해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류 전 검사는 시야를 넓혀 보완수사권 논의 자체의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검찰개혁 방향은 ‘취재는 A가 하고 기사는 B가 쓰라는 것’ 또는 ‘병원에 온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말고 차트만 보고 처방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그의 사직 글에 검찰 구성원들의 댓글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류 전 검사는 “사명감과 긍지로 일해왔는데 정치권의 계속된 비난에 자부심이 사라졌다”며 “오래 버텼던 사람마저 사기가 꺾여 조직이 무기력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소청·중수청 시행 이후 5년을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사건을 누가 책임지고 수사·재판하는지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면서 제도가 안정되기보다 반드시 재논의가 나올 것”이라며 “검찰의 역할은 누군가 할 수밖에 없고 잘못된 시스템을 경험하는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류 검사는 마지막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이들에게 “내가 피해자라면, 내가 피고인이라면 누가 수사하고 재판하고 책임을 질지 정치적 논리를 떠나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줬으면 한다. 이건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