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보다 중요한 건"…전문가들은 '제도 보완' 짚었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3:17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논의를 위한 공개 포럼에서 촉법 소년 기준을 낮추기 전에 소년사법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결함을 먼저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처벌 대상 확대가 재범률 감소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부족한 만큼 경찰의 대응력 강화와 보호처분의 실효성 제고를 중심으로 제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인권포럼 등 15개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경찰청·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15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을 주제로 제2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 노정희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복지·수사 등 각 분야 현장 전문가들이 모여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촉법소년 논의가 ‘연령 인하 찬반’이라는 단선적 구도에 함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배 위원은 연령 하향이 실제 범죄 억제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로 사법 진행의 실효성 문제를 꼽았다.

그는 “설령 연령 기준을 낮춰 촉법소년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편입하더라도 실제 법정에서 13세 소년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결국 연령 하향은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상징적 입법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소년에게 낙인만 찍어 재범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배 위원은 “지금 필요한 건 연령이라는 숫자 조정이 아니라 사건 유입부터 처분까지의 ‘절차적 정교함’이라며 독일이나 영국 사례처럼 교육적 처우와 회복적 사법 시스템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본질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연령 기준과 무관하게 사법 절차상 공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찰은 촉법소년에 대해 압수·수색·검증 등 강제처분 권한이 없다. 딥페이크 성범죄 등 신종 디지털 범죄가 급증함에도 가해자의 소유물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임의제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은 “현행 전건 송치 구조는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다”며 “일본처럼 경찰에 조사 권한을 명문화하고 경미 사안은 현장에서 종결하는 ‘선별 송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담보할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데이터도 제시됐다. 조사 결과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의 경우 여학생 수용률이 정원 대비 250%에 육박하는 등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부족으로 인한 ‘처분 공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가영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재판부가 6호 처분을 내리고 싶어도 보낼 곳이 없어 소년원으로 직행시키는 비극이 반복된다”며 인프라 확충을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년법의 ‘비공개주의’에 가려진 피해자의 권리 침해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신혜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그동안 우리 소년사법은 가해자 낙인 방지를 이유로 피해자를 소외시켜 왔다”며 피해자의 의견 진술권과 재판 결과 통지 제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제시된 전문가들의 제언과 함께 오는 18~19일 진행되는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촉법소년 제도 보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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