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참사 마약테러설' 60대, '서울대 프락치 사건' 주동자였다

사회

뉴스1,

2026년 4월 17일, 오전 06:00

서울서부지법 © 뉴스1 권준언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과거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주동자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남성은 이태원 참사가 '마약 테러'로 발생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희생자들을 비방하는 게시물 수백 건을 올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7일 뉴스1 취재 결과 사자명예훼손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모 씨(67)는 서울대 국사학과 77학번으로,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당시 폭행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1986년 4월 11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도 불린다. 당시 서울대 학생회 간부들이 민간인을 '프락치'로 의심해 교내에 감금한 뒤 자백을 강요하며 물고문 등 집단 폭행을 가한 사건이다. 피해자 4명은 대학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 재수생 등이었고 이들은 최소 22시간에서 최대 6일간 감금된 상태로 고문을 당했다.

당시 사건으로 학생회 간부 2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대 78학번으로 복학생협의회 회장이었던 유시민 작가도 폭행 주동자로 지목돼 구속됐고, 조 씨 역시 주동자로 지목됐다. 조 씨는 사건 1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지명수배 끝에 검거됐다. 유 작가와 조 씨 등 6명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전날(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법무사 자격까지 갖춘 사람으로 사실과 의견의 구분, 법리에 대해 일반인보다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법무사로 활동하며 법무사 시험 강의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서는 자신을 '공부 전문 법무사'라고 소개하며 "고등학생도 이해하는 쉬운 설명"이라고 홍보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월 매출이 390만 원으로 집계됐다"며 "강의가 법무사 수험시장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 올라온 조 씨의 법무사시험 강의 페이지

조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네이버 블로그·디시인사이드 등)와 해외 영상 플랫폼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 362개(동영상 299개·게시글 63개)를 올린 혐의를 받는다. 조 씨가 올린 영상에는 개인 후원 계좌도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압사해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테러범이 고의로 사람을 밀었다', '마약 테러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글과 영상을 반복 게시했다. 또 심폐소생술(CPR) 장면을 근거로 일부 환자가 참사와 무관한 원인으로 쓰러졌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이 옷을 벗은 것은 마약 영향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들을 두고 "리얼돌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그는 해당 게시물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대부분 게시글은 특정 유족을 지목하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의견 개진에 불과했다"며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 글을 게시해 허위라고도 인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경찰청이 지난해 7월 대규모 재난·재해 관련 2차 가해를 근절하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꾸린 이후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다. 조 씨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참사 피해자와 구조 현장 사진 등을 게시하며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차가해범죄수사과는 지난 1월 9일 조 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팀도 같은 달 16일 조 씨를 구속 기소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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