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29주 미숙아 변기 넣고 뚜껑 닫은 20대 여성…"친부 몰라요"

사회

뉴스1,

2026년 4월 18일, 오전 06:00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먼저 상가로 가서 쉴게."

남자 친구와 산책하던 A 씨(당시 29)는 갑작스러운 산통을 느끼자 이렇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는 택시를 타고 남자 친구 주거지 인근 아파트 상가 화장실로 향했다.

2024년 5월 20일 오후 3시 22분쯤 A 씨는 상가 화장실 변기에 앉은 채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임신 29주에 태어난 미숙아로, 몸무게는 약 1.5㎏이었다.

A 씨는 팔을 움직이는 등 살아 있는 상태의 아이를 변기에 두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물티슈와 속옷, 화장지 등을 구매한 그는 다시 화장실로 돌아와 자신의 혈흔이 떨어진 바닥을 정리했다.

뒤이어 아이를 들어 장애인 화장실 칸으로 옮겼다. A 씨는 아이를 그곳에 두면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아이를 변기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아이는 결국 변기 안에서 익사로 숨졌다.

A 씨는 임신 사실을 알릴 경우 가족과 남자 친구가 자신과 절연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A 씨는 2017년과 2023년 미혼 상태에서 두 아이를 출산하고 모두 시설에 인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친언니로부터 "한 번 더 출산하면 과거 출산 사실을 포함해 가족들에게 모두 알리고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경고를 들었다.

또 그는 2023년 3월부터 해당 남자 친구와 교제했으나, 같은 해 10월쯤 다른 남성과 성관계한 뒤 임신해 아이의 친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A 씨는 아무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병원 진료도 받지 않았다. 특별한 직업도 없어 출산 이후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출산 이후 남자 친구와 영화를 관람하고 술을 마시는 등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심지어 '아파트 상가에서 신생아 사체가 발견됐다'는 남자 친구의 메시지에 "불쌍하다"며 사건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의 출산과 현실 도피 차원에서 피해자가 죽어도 좋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형량이 일부 감형됐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의 지적 능력이 경계선 수준에 해당하고, 실제 지적 능력은 경도의 지적 장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직후 A 씨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해 현장을 정리하고, 변기에 빠진 신생아를 옆 칸으로 옮겨 유기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징역 8년으로 낮췄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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