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지휘' 전 중앙지검장 "정치로 사법 뒤엎는 시도 멈춰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대장동 사건을 수사를 지휘한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가 진행 중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대해 “수년간 수십만 페이지의 증거와 수백 회의 증거조사를 거쳐 쌓아올린 사법시스템을 단 며칠간의 정치적 공세로 뒤엎으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전 지검장은 19일 ‘국회 국정조사의 위헌성과 실체적 진실에 대하여’ 입장문을 통해 “재판 과정에 이견이 있다면 정치적 이력이 아닌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다투는 게 법치주의의 대원칙”이라며 “사법의 영역은 사법부에 온전히 맡겨주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약 5600자 분량의 입장문에는 △사건의 실체와 수사의 정당성 △증거 조작 주장의 허구성과 사법권 침해 △수사 실무 왜곡 및 공소유지 방해 △국정조사의 위헌성 및 위법성 등에 현재 국정조사에서 발생한 쟁점 관련한 주장이 조목조목 담겼다.

우선 송 전 지검장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인허가권과 수용권이라는 포괄적 권한을 가진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가 장기간 결탁하여 막대한 공공개발 이익을 사유화한 전형적인 권력형 부패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2022년 5월 수사팀의 내부보고서상 객관적 물증과 수사 지속 의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후임 수사팀이 무리하게 결론을 뒤집었다는 일부 국조특위 위원들의 주장은 명백히 허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무대리 발령과 인력 보강은 부패 수익 환수를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국조 과정에서 불거진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이미 배척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재판부가 엄격한 심리를 거쳐 이미 물리친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며 ‘조작 기소’를 운운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재판 개입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공격”이라고 꼬집었다.

녹취록 조작 주장에 대해서도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인 것은 문서화된 ‘녹취록’이 아니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음성 녹음파일’ 원본 그 자체”라며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동의 없이는 증거로 쓰일 수도 없는 녹취록을 조작할 이유나 실익은 전혀 없으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재판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적인 강변”이라고 일축했다.

송 전 지검장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국회가 공소사실의 적절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문제 삼는 건 사법부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부당한 외압이자,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위헌적 시도”라고 강조했다.

또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명시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를 언급하며 현행법 위반 소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수사 검사의 재판 참여 차단 시도에 대해서는 “은밀한 대장동 재판 무력화”라고 일갈했다. 이어 “’수사·기소 분리‘라는 미명 아래 사건의 실체를 가장 잘 아는 수사 검사들의 공판 참여(직관)를 전면 차단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수사 기록만 25만 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사건에서 맥락을 모르는 검사에게 공소유지를 맡기는 건 사실상 무죄 판결을 유도하고 1심이 인정한 400억원대 범죄수익 환수마저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전 지검장은 국정조사의 구조적 문제점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국조특위에 피고인 측 변호인과 고발을 주도한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점을 관계자가 포함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수사 검사를 상대로 국정조사라는 권력을 휘두르며 진술권을 봉쇄하는 것은 국정조사의 본질을 스스로 훼손하는 공정성을 완전히 상실한 비상식적 구조”라고 일갈했다.

수사 인력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평검사와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소환되어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암 투병 중인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극을 언급하며 부당한 증인 채택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대장동 사건 등 관계자들을 국회 청문회에 불러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리스크 프레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지난달 20일 출범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입법부가 개입하는 모양새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일선 검사가 증인으로 채택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검찰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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