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독사를 예방하려면 단순히 1인 가구 여부만 검토할 게 아니라 저소득층이면서 여러 질환을 앓고 의료기관 이용이 잦은 사람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 연구에서도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사람일수록 외로움과 사회적 배제를 더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 취약성과 사회적 고립이 맞물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과 서울의대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실 연구진은 2021년 국내 고독사 사례를 일반 사망자와 비교한 전국 단위 연구 결과를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경찰청 과학수사분석시스템(KCSI)과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데이터를 연계해 고독사 사례 3122건을 확인했고, 연령·성별을 맞춘 대조군 9493명을 선정해 총 1만 2615명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고독사자의 84.0%가 남성이었고 여성은 16.0%였다. 연령대로는 45~64세가 57.3%로 가장 많았고, 65~74세가 18.5%로 뒤를 이었다. 고독사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년층을 포함한 문제라는 뜻이다.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적 취약성이었다. 고독사군의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은 30.8%로 대조군(4.0%)보다 크게 높았다. 최저소득층 비율 역시 고독사군 54.5%, 대조군 19.2%로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회귀분석에서도 최저소득층의 고독사 위험도는 최고소득층 대비 14.2배 높았다. 남성만 보면 17.9배, 여성은 6.0배로 남성 저소득층의 위험이 더 컸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실제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독일 40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 성인 7604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두 가지 이상 질환을 가진 다중질환자는 외로움과 사회적 배제를 더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질병 부담이 커질수록 정서적 고립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질환별 분석에서도 고독사군은 각종 질환 유병률이 높았다. 내분비·영양·대사질환은 67.0%(대조군 61.4%), 순환기질환은 65.3%(54.8%), 정신·행동장애는 51.4%(32.0%), 신경계질환은 50.4%(38.6%)였다. 주요 질환별로는 당뇨병이 고독사 위험을 1.44배, 심부전은 2.01배 높였다. 고관절 골절은 2.70배, 간경변은 3.01배였다.
정신질환과 알코올 문제는 특히 강한 위험 신호로 나타났다. 기분장애 비율은 고독사군 32.7%, 대조군 13.3%였다. 조현병은 위험도를 2.38배, 양극성 장애는 2.13배 높였다. 알코올 사용 관련 정신·행동장애는 고독사군 19.6%, 대조군 1.5%였고 위험도는 5.48배에 달했다. 알코올성 간질환도 고독사군 22.1%, 대조군 4.2%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여성의 경우 정신질환과 알코올 관련 질환이 있을 때 위험성이 남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이용 빈도 역시 고독사 위험을 가늠하는 단서였다. 사망 전 1년간 평균 외래 진료 일수는 고독사군 17.4일, 대조군 15.2일이었다. 같은 기간 평균 입원 일수는 각각 10.0일과 3.9일, 응급실 방문 횟수는 1.8회와 0.4회였다. 최근 5년 전체로 봐도 입원 일수는 고독사군 11.9일, 대조군 3.2일로 격차가 컸다.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더라도 의료 시스템과는 반복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현재 복지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또는 의료급여 이력만으로는 포착되지 않은 고독사 사례가 2021년 기준 40%에 달했다. 단순 소득 기준이 아니라 의료 이용 기록과 정신건강, 만성질환 여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가족이나 이웃만으로는 더 이상 안전망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저소득 중장년 남성, 다중질환자, 정신질환자, 잦은 병원 이용자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와 의료기관이 함께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