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전 중앙지검장 "與청문회 연극…사법 파괴 피해 국민 몫"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3:35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번 청문회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전 대본에 따라 치밀하게 기획된 한 편의 연극으로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지난 2022년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경호 전 지검장은 22일 장문의 입장문을 공개하며 “청문(聽問)이 아닌 청문(聽聞)은 그 본질을 잊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전 지검장은 “청문의 참뜻은 ‘듣고 질문하다’가 아니라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증인의 증언을 경청하는 자리”라며 “그러나 지난 2주간 국민이 마주한 청문회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증인의 입은 막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증인에게만 발언권을 독점시키는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메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쇼츠’나 ‘짤’에 쓰일 자극적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위원들의 고압적인 순간을 촬영하기 바쁜 보좌진들만이 가득했다”며 청문회의 이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송 전 지검장은 헌법과 법률 논거를 들어 이번 국정조사의 정당성 자체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역시 국정조사가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단정적으로 ‘조작 기소’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위헌적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일부 위원들은 국회 의결을 거쳤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절차적 적법과 실체적 적법이 별개라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간과한 것”이라며 “정당 간 최소한의 합의조차 생략된 채 강행된 일방통행식 의결은 다수결을 협치와 합의보다 우선시한 절차적 독단”이라고 일갈했다.

송 전 지검장은 “국회 의결만으로 실체적 위헌·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믿는다면 차라리 국회 입법을 통해 공소 취소라는 목적을 직접 달성하라”며 “스스로 역사적 책임과 비판을 감내하기 두려워 특검이라는 우회로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당당히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직접 결행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검찰이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수백 번의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송 전 지검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압수수색은 사법부의 엄격한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며 “영장 한 건을 발부받기 위해 수사팀이 기울이는 법리적 준비와 법관의 심층적인 심리 과정을 고려할 때,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를 내세우는 것은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는 또 “수사팀은 외부의 의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폐쇄적 조직이 아니다”라며 “검사, 수사관, 실무관으로 구성된 각 팀에는 저마다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상호 견제와 감시의 눈이 되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는 눈이 도처에 존재하는 개방된 수사 현장에서 이들 모두가 사실관계 왜곡을 묵인하거나 동조한다는 것은 실무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는 마치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며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신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극단적 비합리주의”라고 비판했다.

송 전 지검장이 가장 강도 높게 반박한 대목 중 하나는 ‘정영학 녹음파일에 이재명·정진상·김용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일부 특위 위원들의 주장이었다. 그는 이를 “전체 기록 중 극히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해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먼저 녹음파일의 시간적 공백을 지적했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자료는 2012~2014년과 2019~2021년 사이의 대화뿐이며, 정 회계사 본인이 법정에서 ‘2015년 초 별건 수사를 받게 되자 녹음파일이 압수될 것을 우려해 2018년까지 약 4년간 녹음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송 전 지검장은 “이 공백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수익 배분 구조 확정, 사업협약 체결 등 핵심 의사결정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라며 “가장 결정적인 범행 시기의 기록이 물리적으로 부재함에도 이를 악용해 ‘이름이 없다’며 무관함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판단을 흐리는 기만적 행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1300여 쪽에 달하는 녹취록에서 ‘이재명’ 또는 ‘시장님’이라는 단어는 21차례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9월경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이재명, 최윤길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것”이라고 언급한 대화, 2013년 유동규 전 본부장이 “내가 시장님을 다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 2014년 6월 이른바 ‘의형제’ 회합 기록, 2020년 3월 김만배가 “이재명 님 청와대 가면은”이라며 노골적 존칭을 사용한 대화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아울러 2021년 1월 녹취에서 김만배 씨가 “정진상이 20억 원을 요구하는데 지금 당장 돈이 없다”고 말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된다고 했다.

송 전 지검장은 “이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명과 기록을 무시한 채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려는 ‘선택적 맹맹(盲盲)’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했다.

송 전 지검장은 청문회 현장의 분위기 자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명칭부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조특위’로 설정된 것 자체가 조사 시작 전부터 결론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위원들이 비공개 전략 회의를 통해 특정 사건에 화력을 집중하고 여론전을 펼치기로 모의했다는 사실은 이번 국정조사가 중립적 진실 탐구가 아닌 정치적 공세였음을 방증한다”고 했다.

청문회장에서 “위증 처벌을 각오하라”, “특검 수사를 대비하라”, “누가 책임을 전가할지 잘 생각하라”는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공연히 가해진 위력과 겁박에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증언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 총수 소환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장면에서는 “법치주의의 최소한의 예우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특위 위원 중 조사 대상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 출신 인물과 정당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던 이들이 포함된 점을 “객관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국정조사 위원이 사실상 이해당사자로 활동하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밖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공직자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를 내뱉는 위원까지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기획된 결론에 맞춘 위력적인 조사는 과거의 수사 기관이 아닌 현재의 국회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전 지검장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텔레그램 여론 조작 대화방의 실체도 거론했다. 피고인 측이 자금 수수 날짜의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일정을 꾸며냈고, 이를 공모·지시한 측근들이 위증교사 및 증거위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는 것이다.

그는 피고인의 변호인과 일부 전·현직 기자, 유튜버들이 참여한 폐쇄적 텔레그램 방에서 오간 대화를 공개했다. “이거 기삿감입니다. 저희가 가공해서 잘 보도하겠습니다”, “조국은 못 구했지만 이재명은 꼭 구해냅시다!”, “이번엔 협업에 나선 변호사님이 계셔서 보도 양상이 다를 겁니다”라는 내용이다. 송 전 지검장은 “이는 이미 언론이라 부를 수 없는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선전 선동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해당 대화방의 구성원들이 최근 다시 연명으로 대북송금 사건을 조작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과거 위증교사 사건 때와 동일한 인물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모습에서 조직적 여론 조작의 재현을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지검장은 이번 국정조사가 남길 폐해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쏟아냈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자를 국회로 소환해 온 국민 앞에서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광경이 반복된다면, 향후 어느 공직자가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법의 엄중함을 바로 세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거부권(증언 및 선서 거부권)을 위원들이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송 전 지검장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직자가 선서를 거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며 “그럼에도 ‘자신 있으면 왜 말을 못 하느냐’며 고압적으로 질타하고 인격적 모욕을 가한 것은 우리 사회가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쟁취해 온 헌법상 권리를 국회가 앞장서서 후퇴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중 잣대도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재판 당시 이재명 증인은 출석조차 거부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정진상 피고인은 법정에서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며 “박상용 검사를 맹비난하던 특위 위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당시 이들을 향해 ‘왜 법정에서 떳떳하게 말을 못 하냐’고 질타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원칙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송 전 지검장은 2022년 출간된 책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 - 재난 조사 실패의 기록』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맺었다. 해당 구절은 “청문회는 추궁하는 쪽에만 대본이 있는 일종의 연극이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청문회에서 조사관들이 써준 대본을 읽기만 한 위원들도 있었다. 국회 보좌관들은 국회의원들을 위해 언제 삿대질을 해야 하는지까지도 지시문으로 넣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 글이 쓰인 지 수년이 흘렀고 조사 대상은 달라졌지만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을 책임지는 이들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형사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부정하며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방어권마저 조롱하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물로 삼아 특정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기획된 시도는 결코 역사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