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는 관보 실리는데…성 비위에도 헌재 연구관 징계 '깜깜이'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3일, 오전 06:00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최근 헌법재판소 부장 연구관들의 성 비위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징계 공개 여부를 두고 투명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법관·검사는 징계 사실이 관보에 게재되지만, 헌재는 공개 규정이 없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헌재 소속 부장연구관 2명에 대한 성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약 3년 전 내부 워크숍에서 여성 헌법 연구관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 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장 연구관 중 한 명은 피해자 의사에 따라 정식 조사 절차 없이 사안이 종결됐다.

여성 연구관에게 지속해서 만나달라고 연락을 시도하는 등 스토킹한 의혹을 받는 다른 부장 연구관에 대해서는 지난주 징계 의결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1988년 헌재 창설 이후 성 비위로 인한 징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 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성 관련 비위는 정도·고의성에 따라 감봉·견책부터 파면·해임까지 가능하다. 징계는 헌법재판관이 위원장을 맡는 징계위원회에서 의결되며, 위원회 구성 등은 내규에 규정돼 있다.

다만 징계 사유와 결과 등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관련 규정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징계 사유·결과나 징계위원회 일정 등을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나 명예훼손 등 기본권 제한의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공개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관과 검사에 대해서는 징계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는 구조가 법률로 명시돼 있다. 법관징계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징계 처분을 할 경우 징계 사실과 수위 등을 관보에 게재한다. 검찰 역시 검사징계법에 근거해 징계 처분 시 관보에 이를 게재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사법권 행사 주체에 대한 외부 통제를 확보하고 징계 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재판과 수사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권한을 가진 만큼, 내부 징계 역시 외부에 드러내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징계 처분 규정에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판·검사는 징계 사실이 관보를 통해 공개되는데 헌재는 관련 규정 자체가 없는 점이 문제"라며 "조직 규모가 작아 내부에서 분리 조치가 쉽지 않은 점도 고려하면 외부 통제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의 경우 인사 발령 등을 통해 최소한의 분리 조치가 가능하지만, 헌재는 그런 여지도 제한적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헌재가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법적 근거 부재에 있는 만큼, 일정 범위 내 공개 기준을 법률이나 규정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피해자 보호와 조직 투명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헌재 출신 법조인은 "헌재는 인원이 많지 않아 징계 사실이 공개돼 가해자가 특정되면 피해자도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자 보호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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