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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보완수사권 공백과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사건들을 최근 집중 발표하고 있다. 오는 10월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체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한 '실제 사례'들을 앞세워, 보완수사권과 특사경 지휘·감독권 등을 유지하기 위해 막판 사활을 건 모습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전날(22일) 피감기관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총 15억8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부이사관) A 씨에 대해, 2억9000만 원 부분만 기소하고 나머지 12억9000만 원 부분은 불기소 처분했다.
A 씨가 수수한 뇌물 중 81.6%가 무혐의 종결된 셈인데, 그 배경엔 '보완수사권 딜레마'가 있다. 당초 해당 사건은 4년 6개월 전인 2021년 10월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는데, 정작 검찰과 공수처는 수사 기간의 절반인 2년 4개월간 '사건 핑퐁'만 벌이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이다.
전말은 이랬다. 공수처는 2023년 11월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각됐는데, 추가 수사 없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2024년 1월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공수처는 근거 규정이 없다며 다시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결국 검찰 입장에선 보완수사도, 직접수사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고, A 씨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상황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중수청, 경찰과 관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사경의 사건 관리 시스템의 허점도 꼬집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혁)는 지난 21일 사건 무마 및 불구속 수사 등 수사상 편의 제공을 대가로 피의자와 가족으로부터 1억45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전직 관세청 서울세관 수사팀장 B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사건 '암장'(暗葬) 우려를 드러냈다.
B 씨는 내사 중인 마약 사건의 피의자와 가족에게 접근, '관세포탈 등 중대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며 겁을 주고 뇌물을 챙기는 수법을 썼는데, 정작 내사 결과 보고서엔 관세포탈 혐의 수사 진행 사실이 적히지 않았다. 내사 종결 사건은 검찰에 보고하는 규정이 없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심지어 관세청도 B 씨의 범행을 모두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 뇌물요구 혐의로만 고발했다. 다행히 반부패수사2부가 정황을 포착하고 직접 수사를 벌인 끝에 B 씨의 범행이 모두 들통났다.
검찰 관계자는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별건 혐의를 내사하고 임의로 종결하는 등 수사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는 검사의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 폐지 이후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특사경의 사건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가 22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처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2 © 뉴스1 오대일 기자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완수사와 재수사로 범행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사건, 반대로 보완수사의 미비로 사건이 축소·은폐돼 국민적 공분을 부른 사건들을 잇달아 부각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궁지에 몰린 검찰이 실제 사례를 앞세워 '조용한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화제가 됐던 1·2차 검경 수사권 조정 때와는 달리,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사건과 제도의 허점을 알려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도 최근 검찰 수사 결과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내부에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박 지검장의 지시로지난 22일 감사원 고위 간부의 일부 혐의 불기소 처분 브리핑 때 부장검사가 아닌 차장검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1·2차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엔 검사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줄사표도 냈지만, 검란(檢亂) 이미지만 씌워지지 않았었나"라며 "입법과 제도는 결국 국민적 지지가 받쳐줘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