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넘어 AI 까지…내 나이 칠십, 유튜브 문해교실서 새 세상 배웁니다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4일, 오전 06:30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성인문해교실 '모범생' 콘텐츠 출연자이자 학습자인 김후덕(왼쪽) 씨와 김성일 문해교사가 21일 서울 강서구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21 © 뉴스1 이광호 기자

"마흔 넘은 아들이 있는데요. 통 결혼할 생각을 안 해요."
늦깎이 학생이 난생처음 마주한 인공지능(AI) 로봇 '마스크봇'에게 대뜸 속마음을 털어놨다. 마스크봇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뻔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그래도 그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것에 만족해했다. 이 광경을 본 아들뻘 교사는 인간과 AI의 어색하지만 순수한 대화에 박장대소했다.

일흔살 중학생 김후덕 씨와 40대 문해교사 김성일 씨의 '특별한 외출' 한 장면이다. 두 사람은 유튜브 채널 '모범생'(두를 위한 국민 활밀착형 공부시간)에 출연하며 서툴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

환갑에 시작한 배움…"망설임 넘는 데 한 달"
모범생은 성인들이 문해교육 강의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생활밀착형 온라인 콘텐츠다.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항공권 예매, 테이블오더 주문, 중고거래앱 사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모범생 터줏대감인 김후덕 씨는 나이 육십에 먼저 배우던 친구 손에 붙들려 처음으로 책가방을 멨다. 하지만 문해학교(푸른어머니학교) 문턱을 넘기까지는 한 달이나 걸렸다. 그는 "이름 석 자 겨우 쓸 정도밖에 안 됐는데 자존심 때문에 오래 걸렸다"고 했다.

비슷한 처지의 늦깎이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니 금세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커졌다. 음식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던 그는 공부를 위해 가게도 정리했다. 김후덕 씨는 배움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중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

모범생에서 어머니 학습자들을 이끄는 김성일 씨는 푸른어머니학교에서 늦깎이 학생을 가르치는 자원 활동 강사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 전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시작했던 일이 아예 평생 봉사가 됐다.

전문 분야는 모든 과목이다. 그는 "한글부터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기초과목뿐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생활 문해 분야까지 다 가르친다"며 웃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성인문해교실 '모범생' 콘텐츠 출연자이자 학습자인 김후덕(왼쪽) 씨와 김성일 문해교사가 21일 서울 강서구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21 © 뉴스1 이광호 기자


한글 넘어 AI까지
단순히 한글 깨치고 구구단 외는 것만이 문해교육이 아니다. 음식점 키오스크 사용법과 은행 앱을 통한 송금 방법 등 일상 전반에서 요구되는 디지털·생활 역량까지도 범주에 포함된다.

모범생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꼭 필요한 문해교육을 제공한다. AI 생활가전,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AI·디지털 활용방법과 지식을 배운다.

김후덕 씨는 "'내가 언제 또 이런 경험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며 모범생 합류 이유를 밝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성인문해교실 '모범생' 콘텐츠 출연자이자 학습자인 김후덕 씨와 김성일 문해교사가 김용택 시인(사진 맨 오른쪽)을 만나 시 쓰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제공)


377만 명 필요한데 고작 10만 명만…"문해교육 가까이에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문해학교와 모범생 예찬을 했다. 김후덕 씨는 "수업 시작 1시간 전부터 등교할 정도로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즐겁고 새로운 경험도 시켜주는 모범생 프로그램도 다 재밌었다"고 했다. 김성일 씨는 "모든 걱정·근심 가지고 사실 만한 연세에 배움으로 이렇게 행복을 느끼는 분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문해교육이 필요한 성인은 약 377만 명에 이른다. 디지털 기기와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비문해자는 1109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김후덕 씨처럼 혜택을 받는 성인 학습자는 10만 명에 불과하다. 국가가 무료로 문해교육을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나이 들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어렵다며 주저하는 영향이다.

성인 문해교육 기관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교육부의 성인 문해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은 전국 446곳에 이른다. 가까운 기관은 국가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채널을 방문한 뒤 모범생으로도 온라인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김후덕 씨는 "공부에도 다 때가 있다곤 하지만 전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하며 하고 있다"며 "게다가 유튜브 출연을 통해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 유명한 사람들까지 만나면서 공부 중독이 되고 있다"며 웃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성인문해교실 '모범생' 콘텐츠 출연자이자 학습자인 김후덕(왼쪽) 씨와 김성일 문해교사가 AI를 경험하기 위해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을 방문했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제공)


kjh7@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