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시 구로구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조되고 있는 반려견 '복순이'. 복순이를 시작으로 3년 만에 총 19마리로 개체수가 늘어났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이제 바깥 구경도 실컷 하고 뛰어놀 수 있겠다. 잘 살아야 한다."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반려견을 달래며 크레이트에 넣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한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정이 많이 들어서…"라며 울음을 참지 못한 그는 무지한 사육이 빚어낸 결과와 그로 인한 슬픔을 감당해야 했다.
영문도 모른 채 할아버지와 떨어지게 된 개들은 크레이트 안에서 낑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그저 눈만 끔벅이는 순한 모습이었다.
구로구 애니멀호딩 현장에서 구조된 '까불이(왼쪽, 수컷, 9개월령)'와 '바둑이(암컷, 1살)'. 물안경을 쓴듯한 털색과 순한 성격이 돋보였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는 구로구의 한 애니멀호더 가정에서 남아 있던 개들을 구조했다. 약 10평 남짓한 다세대 주택에서 할아버지 혼자 돌보던 개는 총 19마리에 달했다.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개가 함께 지내며 벽과 바닥재가 훼손된 상태였다. 환기가 어려운 구조 탓에 악취와 세균 번식 위험도 높은 환경이었다.
"복실이는 눈이 안 보이고 바둑이는 추위를 잘 타요. 까불이는 오른쪽 뒷다리를 절뚝입니다."
할아버지는 개(강아지) 한 마리씩 크레이트에 옮길 때마다 각각의 특징을 또렷하게 설명했다. 개체별 상태를 세세히 알고 있을 만큼 애정을 쏟아온 모습이었다.
이 같은 생이별의 비극은 약 3년 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복순이'를 데려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중성화 수술 없이 사육이 이어지며 번식이 반복됐다. 개체 수는 3년 만에 19마리까지 급증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료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할아버지가 스스로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구로구는 즉시 현장을 확인한 뒤 애니멀호딩 우려를 판단하고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센터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조치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구로구는 소유권 포기 절차와 향후 동물 사육 금지 관리에 나섰다. 서울시는 구조된 동물의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 구충, 입양 지원을 맡았다.
모견 복순이(암컷, 3살 추정)는 민간단체 어답미코리안레스큐에서 보호하며 입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민간 동물보호단체도 구조에 힘을 보탰다.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과 어답미코리안레스큐는 일부 개체의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 과정에서 일부 개체는 이미 주변으로 보내졌다. 당초 19마리 중 10마리는 사전 입양됐다. 구조 당일에도 자견 1마리가 추가로 다른 곳으로 보내진 게 확인됐다. 최종적으로 8마리가 구조됐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뒷다리 파행 증상을 보여 서울시 구조동물 응급치료센터 협력 병원인 로얄동물메디컬센터로 이송돼 치료받을 예정이다.
서울시와 협력해 구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최미금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대표는 "무서워서 가지 않으려는 아이와 억지로 떼어내는 과정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비극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사례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도움 요청이 이뤄져 추가 번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능희 서울시 정원도시국 동물복지시설팀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의 동물을 사육하는 애니멀호딩은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학대에 해당한다"며 "자치구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해피펫]
badook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