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이 천리 가는 거짓말…대한민국은 가짜뉴스와 전쟁 중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6일, 오전 06:30

늑구가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8일 수색 당국에 제보된 가짜 사진(대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늑대 '늑구'가 탈출하자, 인터넷에는 늑대가 오월드 인근을 배회하는 듯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사진이 확산하자 대전시는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고, 경찰과 소방 당국은 수색 범위를 변경했다. 그러나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가짜로 밝혔다. 해당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40대 A 씨는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근 이른바 '받은 글' 형식으로 인터넷에 '경찰관이 화물연대 차량에 깔렸다'는 내용이 확산했다. 글에는 화물연대 승합차가 경찰관에게 돌진하는 듯한 영상도 함께 첨부됐다. 글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자, 경찰청은 지난 22일 "가짜뉴스"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해당 영상은 과거 발생했던 상황으로, 경찰을 밟고 지나간 적은 없었다.

#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 순찰24시에는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 출동하는 장면이 보디캠 시점으로 찍은 듯한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은 체포 순간이나 집회 현장을 직접 찍은 것처럼 생생했고, 영상 개수는 54개나 됐다. 그러나 이는 직접 찍은 영상이 아닌 AI로 만든 가짜였다. 영상을 만든 유튜버는 올해 1월 구속됐다.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지는 가짜뉴스가 사회 시스템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가짜뉴스가 장난 전화나 소문을 퍼뜨리는 개인적인 일탈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실제로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국가 행정과 경제까지 뒤흔드는 모양새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X(구 트위터)에는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이 인상된다는 등의 대통령 명의 허위 담화문이 세 차례에 걸쳐 게시됐다. 유포자는 검거됐지만, 한동안 투자자들의 혼란은 불가피했다.

중동 전쟁과 관련한 허위 정보도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원유 90만 배럴이 북한에 유입됐다'거나 '긴급재정명령에 따라 정부가 달러를 강제로 매각하게 할 것'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허위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며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전면대응 나선 경찰… 허위정보유포대응TF 가동해 145명 송치
가짜 뉴스가 공권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 지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수사 당국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나선 상태다.

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허위 정보 유포 등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조직적 매크로를 이용한 가짜뉴스 제작부터 유통, 이를 통한 수익 창출까지 수사하고 있다.

TF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145명을 검찰에 넘기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현재는 입건 전 단계를 포함해 380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전기통신기본법위반, 업무방해, 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를 적용했다. 송치 인원 중에는 명예훼손·모욕 혐의가 8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기통신기본법위반 36명, 기타 22명 순이었다.

경찰은 중동전쟁과 관련해서는 총 36개의 계정을 특정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허위 정보 문제 더 심화할 것…수사만으로는 한계" 지적
이처럼 경찰이 TF까지 구성해 가짜뉴스와 전면전에 나섰지만 수사기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허위 정보 생산이 정교해지고 순식간에 확산하고 있어, 현재의 수사와 법체계로는 따라잡기가 벅차다는 것이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는 "AI가 영상을 대량으로 생성하고 유통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개입만으로는 통제가 어렵다"며 "전문가조차 판별이 쉽지 않고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AI를 활용한 탐지 시스템과 플랫폼 차원의 차단, 이후 인간 검수를 병행하는 방식이 현재로선 가장 실효적인 대응"이라면서도 "허위 정보 유통이 이미 수익 구조를 갖춘 조직적 형태로 확대된 만큼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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