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가축분뇨 5400톤을 방치하고 시정 명령을 여러 차례 따르지 않은 농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반복된 조치명령이라도 별도 처분에 해당하는 만큼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환송했다.
A 씨는 서산시청으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공장용 건물 내·외부에 보관·매립한 약 5400톤의 가축 분뇨를 적법한 시설로 이동하라'는 조치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치명령 불이행으로 여러 차례 기소된 A 씨는 1심에서 일부 사건은 병합돼 벌금 500만 원이, 별도 사건에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가축 분뇨 등 이동 조치 명령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담당 공무원에게 '계속 적치해 두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며 "수사·재판이 계속되는 기간에도 조치 명령을 완전하게 이행하지 않다가 변론 종결 무렵에서야 이행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 공무원은 현장에서 각 조치명령의 불이행을 확인한 뒤 곧바로 같은 내용의 조치명령을 다시 했다"며 "각 조치명령 사이에 1~3개월 정도의 간격밖에 없었으므로 조치명령을 할 때마다 A 씨에게 사전통지,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담당 공무원의 조치명령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5차 조치명령은 각각의 처분 당시 A 씨가 가축분뇨 등을 이동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적법한 시설로 이동할 것을 명하는 별개의 행정처분"이라며 "이를 불이행할 경우 각각의 가축분뇨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각 조치명령 사이에 1~3개월 정도의 간격이 있었으므로 그사이에 사정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각 조치명령 별로 A 씨의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은 서산시장이 각 조치명령 전 사전 통지,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쳤는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이 가축분뇨법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하며 이를 파기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