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올라도 남는게 없다"…영세 주유소 줄줄이 경매행[only 이데일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8일, 오전 06:06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중동발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영세 주유소가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중동 전쟁이 시작된 이후 경매 시장에 나온 주유소의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정부의 압박에 알뜰주유소나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가격 인상을 늦추고 있지만 이들과 정면 경쟁해야 하는 자영 주유소로서는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전국 평균 휘발윳값이 3년8개월만에 2천원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 19일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고공행진 국제 유가 속…영세 주유소 줄폐업

27일 이데일리가 경매정보 전문업체 지지옥션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경매 시장에 나온 주유소는 전국에서 64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4월 경매 주유소 숫자(36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향후 경매로 나올 물건도 쌓인 상태다. 지난 3월 이후 개시 결정된 ‘경매 예정’ 주유소는 총 14곳이다. 예정 물건이란 경매는 결정됐지만 입찰일이 아직 잡히지 않은 경매 준비 매물을 말한다.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5~71.3% 수준이던 매각가율은 올해 51.1~5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주유소의 몸값이 크게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 경매로 나온 주유소 수가 늘었고 유찰 물량도 많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어려워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알뜰·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맨몸 경쟁 탓

문제는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유소 대부분은 영세 자영 주유소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중동 전쟁 이후 알뜰주유소나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폭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판매가를 책정하고 있다.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성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영세한 주유소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주유소 5~6곳을 운영하는 이른바 ‘대판’은 마진이 ℓ당 20~30원만 나와도 세차 등 편의시설을 통해 얻는 수익이 있다”며 “또한 규모가 클수록 정유사로부터 좋은 가격에 납품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보니 일반 주유소가 덤빌 재주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큰 저장고를 보유한 대형 대리점도 좋은 가격에 사 둔 물량이 훨씬 많으니 상대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세 업자들이 비싼 가격을 책정하면 “전쟁으로 힘든데 폭리를 취한다”는 손가락질까지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영세 주유소 업주들은 “우리도 전쟁으로 죽겠는데 일각에서는 마치 노난 사람 취급하니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부산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신모(49) 씨는 “올해 초 대출을 80% 정도 끼고 개업했는데 전쟁이 터지니까 두 달째 적자”라며 “진지하게 폐업도 고려 중”이라 밝혔다.

이들에겐 정유사와의 계약도 문제다. 일정 수준의 일일 판매량을 약속하고 기름을 받는데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하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패널티를 받을 처지가 된 탓이다. 신씨는 “마진이 전혀 없다”며 “주변 알뜰주유소나 이른바 ‘빅 딜러’ 대리점은 휘발유를 ℓ당 1970원에 파는데 우리는 적자를 내면서도 1998원이 최대인데 경쟁이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영세 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동위 한국주유소협회 차장은 “직영 주유소는 본사 차원의 할인 지원, 알뜰주유소는 정부 지원이 있으니 버틸 수 있지만 자영 주유소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고유가 지원금을 자영 주유소에서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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