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2025.9.24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한때 대통령을 지칭하는 'V1'보다 높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V0'로 불렸던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선거 국면과 특검 조사, 재판 과정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선처를 호소해 왔다. 그러나 28일 항소심 결론은 1심의 징역 1년 8개월보다 무거운 징역 4년. "낮은 자세로 봉사하겠다"는 최후진술도 법원의 판단을 바꾸지는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고법판사 신종오 성언주 원익선)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 일부와 2022년 4월 7일 수수 샤넬 가방을 알선수재로 인정하면서 형량이 늘었다. 다만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과 맞물리며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분기점은 2021년 12월 대국민 사과였다. 학력·경력 위조 의혹이 불거지자 김 여사는 "잘못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고, 선거 기간 공개 활동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의혹은 더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천 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까지 잇따라 불거졌다. 하지만 명품 가방 사건과 주가조작 의혹은 모두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귀결됐다.
수사 과정 역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장기간 서면조사로만 이어지다 대통령경호처 부속 시설에서 이뤄지면서 '황제 조사' 비판이 나왔다.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만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김건희 특검법에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 확대를 막았다. 결과적으로 의혹은 사법적 판단 없이 임기 내내 축적됐다.
상황이 바뀐 건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였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거부권이 사라지자, 새 정부에서는 일사천리로 특검법이 통과·시행됐다. 수사 범위도 기존보다 크게 넓어져 주가조작, 명품 가방 수수, 공천 개입 의혹은 물론 알선수재와 각종 특혜 의혹까지 포함됐다.
지난해 8월 특검팀 조사에 처음 출석한 김 여사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결과적으로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1월 1심은 김 여사의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검 구형량인 징역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형량이었다.
1심 선고 직후 김 여사 측은 다수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점을 언급하며 "정치권력이 수사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특검이 위법 수사를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2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 기회를 주신다면 낮은 자세로 봉사하며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면서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2심은 오히려 1심이 무죄로 본 혐의 일부를 유죄로 뒤집으며 형량을 높였다.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 여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 등으로 추가 재판도 받고 있어 법정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