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1호는 '녹십자 과징금'…'심리불속행 가능 여부' 쟁점(종합2보)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8일, 오후 08:00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28일 재판소원 사전심사에서 청구 사건 가운데 1건을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본안 판단 단계에 들어간 첫 사례다.

헌재는 27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525건 중 1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의 청구인은 주식회사 녹십자로, 피청구인은 대법원이다. 녹십자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다.

앞서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2019년 1월 발주한 HPV4가(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백신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섭외해 입찰에 참여한 뒤 1순위로 낙찰받아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이에 녹십자는 관련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후 녹십자는 서울고법이 녹십자에 무죄를 선고한 관련 형사 판결과 상반된 해석을 내린 데다, 공동행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심리불속행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리불속행은 상고를 제기한 측의 주장이 헌법이나 법률 위반 등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기각 판결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녹십자는 지난달 16일 이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 침해를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상고이유에 법률 적용의 위법성이나 대법원 판례와의 충돌 등 중요한 법률문제가 포함된 경우에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률대리를 맡은 율촌은 "담합의 성부에 관해 대법원이 이미 확정된 형사재판과 서울고법의 행정재판이 상반된 결론을 도출한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4조에 심리불속행 규정이 등장하는데, 불속행 제외 사유가 존재함에도 대법원이 법률상 쟁점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게 율촌의 설명이다.

율촌은 "헌법재판소의 본안 심리를 통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제도의 헌법적 한계와 헌법상 재판청구권 보장에 관한 문제가 충실히 검토되고 관련된 법리가 정립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은 피청구인인 대법원장과 재판 상대방인 공정위, 법무부 장관에게 통지된다. 대법원장과 공정위에는 각각 답변, 의견 요청도 함께 이뤄진다. 청구인인 녹십자에는 회부결정문 정본이 발송된다.

이날 결정은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거친 결과다. 헌재법 72조에 따라 재판소원을 포함한 헌법소원 사건은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사전 심사한다. 이들을 보좌하는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는 헌법 연구관 8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사전심사 단계에서는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은 각하하고,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재판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결정이 이뤄진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 뒤 30일 이내에 각하 결정이 없으면 해당 사건을 심판에 회부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편 재판소원 시행 이후 현재까지 누적 각하 건수는 총 26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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