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법' 꺼냈다가 유족한테 질책받은 도성훈 교육감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30일, 오후 05:36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선거 출마를 앞두고 소위 ‘김동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유족을 찾아갔다가 질책만 받고 돌아왔다. 유족은 고(故) 김동욱 특수교사 사망 진상보고서 원본 제공을 요구했지만 도 교육감은 이를 거부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사진= 인천시교육청 제공)
30일 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유족에 따르면 도 교육감은 지난 28일 오후 1시께 전남 장흥군의 모 카페에서 고 김동욱 특수교사의 어머니 A씨를 만났다. 장흥은 A씨가 일하고 있는 지역이다.

◇“김동욱법 제정, 선거 이용 안돼”

이날 약속은 교육청 직원이 사전에 A씨에게 전화로 제안해 이뤄졌다. A씨는 도 교육감이 무슨 이유로 온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

도 교육감은 A씨와의 대화에서 먼저 “김동욱법을 제정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좋으나 교육감이 선거철에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김동욱법 제정을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왜 이 목(시점)에 하겠다고 말했느냐”고 따졌고 도 교육감은 “지난 20일 장애인의날을 맞아 (교육청) 회의를 하면서 생각나서 (김동욱법 제정 추진을) 말했다”며 “어머님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도 교육감이 김동욱법 제정을 추진하고 싶으면 선거 끝나고 당선되면 그때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욱법 관련 얘기가 끝나자 A씨는 도 교육감에게 “아들 사망 진상조사결과보고서 원본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도 교육감은 “지난번 부교육감이 와서 사유가 있다고 다 설명한 문제”라며 “지금 와서 다시 (얘기를) 반복하는 건, 행정관청이 하는 일이 다 그렇구나 하고 이해를 하고 계셔야지”라고 말했다. 보고서 원본 제공을 거절한 셈이다.

교육청이 A씨에게 제공한 진상보고서는 전체 206쪽(표지 포함) 분량이고 이 중 100여쪽 분량에 먹칠이 돼 있어 A씨가 보고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교육감, 특수교사 동석 거부 논란

이날 약속장소에는 도 교육감이 장학관, 보좌관 등 2명을 데려왔고 A씨는 인천지역 특수교사 B씨와 동석했다. 그러나 도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B씨를 보고 “사전에 제가 약속 안한 분이 계셔서 어머님과 별도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씨가 “저 때문에 준비하신 말씀을 못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도 교육감은 “제가 사전에 약속을 한 적이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A씨는 보좌관을 보면서 “이 분도 저랑 약속 안했다”며 “교육감과의 대화만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자 장학관, 보좌관은 카페에서 나갔고 B씨도 자리를 피했다. 김동욱법 제정 등에 대한 대화는 A씨와 도 교육감 등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B씨는 고 김동욱 교사가 인천교육청 특수교사로 임용됐을 때 멘토 역할을 한 특수교사로 현재 비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A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B씨는 아들의 멘토 교사이고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분이어서 든든했다”며 “도 교육감이 B씨가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욱법 제정은 내가 요구한 적이 없다”며 “작년 9월께 비대위에서 얘기를 꺼냈고 교육청과 양측이 협의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후 아무런 말이 없다가 도 교육감이 선거 앞두고 갑자기 법 제정 발언을 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도 교육감이 평소 유족의 뜻에 공감한다고 말했는데 유족이 요청해서 동석한 특수교사를 배제한 채 대화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유족에게 반쪽짜리 진상보고서를 제공한 것도 그렇고 도 교육감의 소양과 진정성에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도 교육감은 고인을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 교육감측 관계자는 “도 교육감이 장흥에 간 것은 유족에게 인사드리고 고 김동욱 교사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서였다”며 “유족이 요청한 대로 선거 때 김동욱법 제정 추진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보고서 원본 제공 요구와 특수교사 동석 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 김 교사는 2024년 10월24일 인천 학산초등학교 특수학급 담임교사로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격무에 시달리다가 숨졌다. 김 교사는 숨지기 전 인천교육청에 자신의 학급 학생 수가 정원보다 많아 학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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