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대법관 공백 사태가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오는 3일이면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꼭 두 달이다. 지난 1월 2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날로부터는 이미 100일을 넘어섰다.
오는 9월 초 퇴임을 앞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까지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 임박하면서 5월이 사실상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까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추천 후보는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55·사법연수원 26기),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59·25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0·22기),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24기)로 총 4명이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제청 절차는 협의 절차인데 협의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계속 제청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드리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공개 석상에서 제청 지연 상황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제청이 지연되는 배경을 두고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선호하는 후보가 엇갈리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인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가 보다 분명히 드러났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순한 후보자 선호 차이를 넘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두고 긴장 관계로 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역대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장 간 조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장의 의중이 존중되는 폭이 좁아졌다는 인식이 형성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법개혁 입법 등을 계기로 사법부 독립성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인사 문제에서도 원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관례상 대법관 임기 만료 퇴임 3~4개월 전에 후임자 천거 절차에 착수해 왔다. 이흥구 대법관이 9월 초 퇴임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6월에는 후임 인선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인선 절차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인사 운영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재판 업무에 결정적인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박영재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난 뒤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3개 소부에 각각 배치돼 심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소부 최소 구성 인원을 3명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대법관마저 퇴임하더라도 소부 3부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 뿐 심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건 적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교착 상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월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중선관위원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내정했지만, 인사 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노 전 대법관이 오는 6·3 지방선거까지 선관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달 안에 제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흥구 대법관 후임 인선과 맞물려 대법원 인사 공백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월이 사실상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