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담배 규제' 일주일, 현장엔 꼼수만 늘었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1일, 오전 08:01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천연 니코틴 액상 규제를 시작하니까 합성 니코틴 액상을 판매했던 것처럼 이번엔 규제가 없는 ‘무(無)니코틴’으로 넘어갈 것 같아요. 이미 (무니코틴 액상) 재고도 확보해뒀고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전자담배 매장. 이곳의 직원 20대 남성 최모 씨는 최근 시행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따른 여파를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세금 부과 대상인 합성 니코틴 성분이 아닌 아닌 유사 니코틴 성분으로 분류되는 액상으로 규제를 피해가겠다는 것이다.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전자담배 매장에 다양한 종류의 액상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 강민혁 수습기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세금을 매긴지 일주일 만에 담배판매업자들은 빠르게 사각지대를 찾아 나서고 있다. 정부는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해 세금을 부과키로 하면서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부터 시행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그간 사각지대로 꼽혔던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니코틴 제품 규제 체계를 전환하고 청소년 보호 및 조세 형평성 달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전자담배 판매자들은 규제 회피를 위한 나름의 대비 방안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우선 제세부담금이 법 시행일 이후 제조·수입된 합성니코틴 제품에만 부과키로 하면서 이전 재고품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상당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0t 수준이었던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지난해 1307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 3월까지 수입량은 1280t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량과 맞먹는다. 규제 시작 전 업자들이 대량 수입을 했다는 뜻이다. 합성니코틴 1t은 30㎖ 분량의 액상 200만병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규제 대상이 아닌 유사 니코틴의 수입량도 급증했다.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 구조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중독성과 자극 효과 면에서 합성 니코틴과 사실상 같은 취급을 받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담배사업법이나 약사법, 화학물질관리법 모두 유사 니코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는 탓이다. 2022년 95t 수준이었던 무니코틴 수입량은 지난해 164t으로 약 70% 증가했다. 올해 3월까지 수입량은 116t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전자담배 매장의 대표 박모(51) 씨는 “현재 판매 중인 제품 중 무니코틴 액상의 비율은 약 10%”라며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무니코틴을 판매 비율을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니코틴은 합성 니코틴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이번 규제에는 제외됐다”며 “이를 손님들에게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아직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직장인 최모(27) 씨는 “늦기 전에 사재기를 해야할 것 같아 전자담배 매장에 방문했더니 직원이 기존 물량이 많아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며 “무니코틴 액상도 추천해줘서 피워봤다. 나중에 계도기간이 끝나고 가격이 오르면 무니코틴 액상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촘촘한 규제를 만들지 않아 풍선효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정부가 규제 시행 전 전자담배 업계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너무 많이 줬다”면서 “소비자보호법 같은 기존 법을 적극 적용해 사각지대를 제거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4일 이전 생산된 액상 제품의 경우 유해 성분 검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한 전자담배 매장에 부과금 대상이 아닌 합성니코틴 액상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강민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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