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29 © 뉴스1 김진환 기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 현안을 두고 "민주화의 성과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낳는 '성공의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학폭의 소송화, 체험학습 위축, 교권-학부모 권리 충돌 등 최근 교육 현상을 민주주의의 그늘로 해석하며 '공화형 민주주의'와 '햇볕정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 전 교육감은 지난달 2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체험학습 독려 발언과 관련해서는 "교사 책임 부담을 줄이는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교육 활동 자체를 축소하는 극단적 최소주의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이제 학교가 교육 공간이 아니라 '법투(法鬪) 사회'의 축소판이 됐다"며 "극단적 사례는 엄벌하되 다수의 회색지대 사건은 교육적 화해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6월 3일 시행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빚어지고 있는 진보 진영 단일화 갈등에 대해선 "현직 교육감 시절 세 차례나 단일화에 참여하면서 아름다운 경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승복의 문화도 일정 부분 자리 잡았다"며 "고소나 고발 행위 자체는 유감이지만 혁신교육을 지키기 위한 연대와 협력은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29 © 뉴스1 김진환 기자
- 최근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경선 1차 투표를 앞두고 후보들을 초청해 승복 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다. 민주주의는 승자만이 주도하는 제도가 아니라 패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범죄적 공모가 있었다면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그 과정을 지켜볼 수는 있다. 그러나 불복으로 단일화 흐름을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제기된 문제는 인정하더라도 서울 교육공동체와 혁신교육을 지키기 위한 연대와 협력은 이어가야 한다. 개인의 본선 진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 시민사회 주도로 이루어진 단일화기구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번 경선의 경우 외부 사법기관에 의존하기보다 추진위에 참여하지 않은 공신력 있는 제3자를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현재 방식의 지속성이 어렵다면 교육지방자치법이나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거나 외부 기관에 후보 선출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교육감 시절부터 러닝메이트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도 반대했는데.
▶아름다운 경선과 이를 관리할 시민사회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직선제 폐지 논의가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교육감 선거에 나설 모든 후보에게 부담이 된다. 교육 의제가 이미 주변화된 상황에서 이번 갈등으로 교육공동체 신뢰가 흔들리면 향후 교육 과제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 올해 선거는 정치적 경쟁 구도가 강해진 측면이 있다. 내부 갈등은 조속히 봉합해야 한다.
- 최근 대통령의 현장체험학습 관련 발언에 교원단체 반발이 심하다.
▶교직사회가 체험학습에 소극적인 상황을 짚고 보완책을 요구한 점은 적절하다고 본다. 핵심은 교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요원 확충과 면책 범위 확대를 통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자는 데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다. 이를 무조건적인 반발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교육 현안들을 '민주화의 그늘'로 진단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민주진보 세력은 산업화에 저항하며 성장했고 민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장기 민주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취와 함께 그늘이 드리워졌다. 혁신교육도 공교육 정상화라는 성과를 냈지만 이후 새로운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가 권리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권리 충돌이 발생하는 단계다.
- 교권 추락이나 학교폭력도 동일한 측면에서 볼 수 있겠다.
▶학폭 문제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학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학교가 교육 공간이 아니라 사법적 공간처럼 작동하는 측면이 나타난다. 극단적 사례는 엄벌이 필요하지만 다수의 회색지대 사건은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 용서와 포용,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이 교육이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학폭법 적용을 완화하거나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화해·조정 기능을 강화해 '화해의 공간'을 넓힐 필요가 있다.
- 공화적 민주시민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한 것인가.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렵다. '3-7제 민주주의'에서 이야기하는 건 7은 자신의 입장이라면 3은 타인의 입장과 가치를 인정하는 여백이라는 점이다. 학교는 다양한 주체가 얽힌 공간이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하다. 공화적 원리를 통해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
- '햇볕정치'를 교육과 연결해 설명한다면.
▶지금 정치는 상대를 악마화하는 적대적 진영정치다. 민주주의 구조상 이런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진보 진영부터 공화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갈등을 대결이 아니라 조정과 공존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햇볕정치의 취지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29 © 뉴스1 김진환 기자
- "좋은 교육은 나쁜 권력과의 싸움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한 바 있다. 교육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로 읽히는데.
▶교육은 특정 내용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사고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유튜브 등에서 형성된 다양한 인식을 학교라는 공론장에서 드러내고 토론을 통해 성찰하게 해야 한다. 역지사지 토론처럼 서로 다른 입장을 경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초등 임용교시에서 남성 30% 이상으로 뽑자는 주장도 했는데.
▶양성평등은 한쪽의 기회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기회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초등교사에서 여성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남성도 일정 비율 참여할 수 있도록 정원 외 선발 등 유연한 방식이 가능하다. 이는 오히려 양성평등에도 도움이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청년과 학생들이 열린 세계주의적 시각을 갖춘 사회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 '지구시민학교'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가 세계로 확장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cho@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