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법 개정에도 '사각지대' 여전…근본적 예방 대책 필요"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4일, 오전 06:00

이철빈 전세사기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끝나지 않은 전세사기, 해법은 없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6 © 뉴스1 김민지 기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우린 아직 해산할 수 없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선 지 3년. 피해자 임차보증금 중 최대 3분의 1을 국가가 보장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웃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법의 울타리 밖에 남겨진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이철빈 전세사기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기적적 성과지만, 아직 배제된 피해자들이 많다"며 "대책위를 해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 사기 보증금 최소보장제'는 피해자 임차보증금 중 최대 3분의 1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우선변제권을 행사하거나 피해 주택에 대한 경·공매를 거친 뒤에도 회복금이 임차보증금의 33%에 못 미치면 국가 재정으로 부족분을 메워준다.

전세사기특별법은 2023년 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축왕 사건'으로 제·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4명이 잇달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간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허술한 법·제도 시스템이 부각된 것이다.

이철빈 위원장도 전세 사기 피해자다. 20대 청년이었던 2021년 생애 첫 전셋집을 얻었지만, 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빌라왕' 김대성이 소유한 사기 매물이었다. 이 위원장은 4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거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국가 안전망 도입을 외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그는 "3년간 우리가 요구한 '피해자 선(先) 구제'의 취지가 반영돼 불확실성 부담은 덜었다"면서도 국가의 임차보증금 최소 보장 비율이 2분의 1(원안)에서 3분의 1로 줄어든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장 기준이 2분의 1이어야 하는 이유는 특별법으로 인한 보호가 최소한 개인회생보단 나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피해자 80%는 전세대출을 끼고 있어 채무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개인회생으로 채무를 탕감하는 게 회복이 빠르다고 판단되면, 이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대출에는 정부 보증도 반영됐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개인회생을 택할수록 국가도 손해"라며 "2분의 1 최소 보장을 사수하지 못한 건 못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인정 요건이 완화하지 못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위원장은 "10개월 동안 4번이나 피해자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분들도 봤다"며 "임대인 사정이 어려워져 의도치 않게 보증금을 못 돌려주고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경우다. 이같은 이유로 전국 수천 명의 피해자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입증하려면 경찰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아무리 수사를 애쓴다 해도 쉽지만은 않다"며 "결국 국토교통부에서 폭넓게 피해자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개정안 하에서도 보호받을 장치가 거의 없다"고 했다.

'법적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다세대 공동담보 피해자들이 대표적인데, 이 경우 오피스텔 수십 세대가 하나의 공통 근저당에 걸린 경우가 대다수라 채권·채무가 한 번에 정리되기 어렵다.

이 위원장은 "공동담보로 엮인 세대들은 모든 경매가 끝나야 권리관계가 다 해소된다"며 "특히 수원·부산에 이런 사례가 많다. 사회적 관심은 떨어지는 데 문제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피해 주택을 일괄 경매에 부치는 방안을 법에 담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덩어리 매물로 경매 시장이 교란되는 점 △LH에 과도한 특혜를 줄 수 있어 경매의 자유 경쟁 원칙에 반하는 점 △채권자 손해가 우려되는 점 등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향후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세부 시행령 설계에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론 피해자 인정과 예방대책 등 후속 제도 마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의 피해 구제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을 정치권에 요구했다"며 "전세사기의 근본적 원인은 집값 대비 과도하게 높은 보증금 때문이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사실상 무이자 대출처럼 활용했기 때문에 무분별한 무자본 갭 투기가 성행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세 사기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임대인이 보증금을 맘대로 못 쓰도록 제재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며 "임대인의 보증금 미납 이력 등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피해자 대책위는 웃으면서 해산하는 게 목표지만, 아직 그럴 때가 아닌 거 같다"며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이 숙제로 남았기 때문에 계속 국회·정부와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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