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기소 특검 논란 확산…법조계·학계 "거꾸로 특검" "헌정 질서 훼손"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4일, 오후 02:34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4.30 © 뉴스1 신웅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공소 취소 권한을 포함한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하자 법조계와 학계에서 잇따라 "헌정 질서를 훼손한다"는 우려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소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누구도 자기 사건 재판관 될 수 없다"…실무·학계 일제히 비판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작기소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부동산 등 통계 조작 의혹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12건이다.

이중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등 8건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특검법 논란의 핵심은 제8조 7항이다. 해당 조항은 "특별검사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 유지(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다. '공소 취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공소 유지 여부의 결정'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취소 권한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특검의 영장을 전담하는 영장전담법관(제13조)을 두고,고등법원장이 아닌 지방법원 판사의 영장으로도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제6조 5항)도 논란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헌법 제12조(적법절차 원칙)와 제27조(재판청구권)를 동시에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검 후보 추천권을 사실상 여당이 장악하고, 추천된 후보 중 1명을 임명하는 권한이 피고인 본인인 대통령에게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자신이 임명한 특검이 자신의 형사재판에 관한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우려는 헌법·형법학계에서도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특검 수사는 권력 압력 등으로 검찰·경찰 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때 인정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결을 위해 특검을 하는 '거꾸로 특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적으로도 "수사 과정의 문제는 법원 판단을 통해 가려져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특검을 한 사례는 없다"며 "영장전담판사를 따로 두고, 대통령 기록물 열람 허가를 통상과 다르게 지방법원 판사가 하도록 하는 것 등 여러 점에서 평등원칙 위반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는 "조작기소 한 검사가 문제가 돼 특검을 하는 것이라면 사건 전체를 특검에 맡겨야 한다"며 "지금처럼 '공소 취소'만 특검에 맡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기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별도의 특검을 만들어 공소 취소를 하는 길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제84조 취지와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인호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특검법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명시함으로써 헌법 제84조에 따라 정지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특검이 이첩 받아 공소 처분으로 영구 종결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이는 불소추 특권이 보호하려는 '임기 후 사후 책임 추궁 가능성'을 무력화한다"고 했다.

대검찰청도 법안 발의 당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진행 중인 재판에서 확인돼야 할 사안에 대한 수사는 재판의 독립성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에 재논의를 요청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4.30 © 뉴스1 신웅수 기자

특검 구성도 난항 예상…법조계선 李 대통령 재의요구권 촉구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특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다. 법안에서는 파견검사 30명을 포함해 파견공무원 170명, 특별수사관 150명 등 대규모 인력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대상의 상당수가 전·현직 검사인 데다, 현재도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검찰에서 파견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또 특검에 참여했다가 추후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검찰 안팎으로 나오는 만큼, 파견을 꺼리는 분위기가 짙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법안 발의 시점(지난달 30일)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소취소권 포함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6·3 지방선거 직전이 되는 만큼 당 내부에서도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안이 지방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전국 무소속·야당 후보들의 연대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최종 대응을 두고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검법에 관해 "구체적 시기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밝혔다.

홍 수석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당시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에 의해 자행된 불법 행위와 부당한 수사 등이 상당 부분 밝혀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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