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입양체계 도입에도 '개정' 목소리 여전…"전문성도, 책임도 부족"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5일, 오전 06:00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입양 아동의 '최선의 이익'과 '안전한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의 관리가 필수적이다.아동 학대 등 민간 입양의 부작용을 만회하고자 지난해 7월부터 공적 입양 체계가 도입됐지만, 공공 중심의 구조가 현장에서는 비효율과 혼선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접수는 여기, 조사는 저기, 허가는 또 다른 곳…'병목 현상' 심화
5일 입양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공적입양체계가 전환된 이후 입양 성립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행정적 '병목 현상'이다. 모든 절차가 분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입양 접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하고, 교육은 위탁 기관에서 받고, 가정 조사는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받고 나면 모든 서류가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된다. 이 서류를 기반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국내 입양 분과위원회에서 자격 심사와 결연 심사를 받으면, 다시 아동권리보장원이 예비 양부모와 지자체에 결과를 통보한다. 이후 입양 허가 결정은 법원에서 한다.

실제로 내부 결재를 이유로 결연됐다는 사실을 통보받는 데만 25일이 걸린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절차 지연은 결연 이후에도 이어진다.

유보연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대표는 "과거 민간에서는 결연위원회를 통과해 아동과 예비 부모가 결연되면 아무리 길어도 한 달 이내에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5~6주, 길게는 3개월이 지나야 아이를 볼 수 있게 되는 등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깜깜이 매칭'이 부결 비율 높여…"양부모 의사 반영해야"
결연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결연위원회가 예비 양부모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깜깜이 매칭'을 하는 바람에,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다른 아동의 기회도 지연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A 씨는 18개월 미만의 아동 입양을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나, 위원회는 45개월의 아동을 A 씨와 매칭했다. A 씨는 문서로 통보받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45개월의 아이는 현재 양육 중인 A 씨의 첫째 아이와 터울이 너무 적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두 아이를 동시에 키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A 씨는 결국 매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재한 전국입양가족연대 팀장은 "결연위원회에서 매칭이 부결되는 비율이 예전에 민간에서 할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예전에는 예비 입양 부모의 수용 범위를 조사하고 그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매칭을 시켜줬는데, 지금은 예비 양부모가 아이를 골라서 데려가는 것처럼 나쁘게 생각해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비 양부모는 물건을 고르는 마음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이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고려해 수용 범위를 정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양육할 능력이 되는지를 충분히 검토하는 차원에서 예비 입양 부모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 4월에 분과위원회 자격 심사에 15가정이 상정됐는데 3가정만 가결이 되고 12가정은 부결이 됐다, 3월에도 23가정이 상정됐는데 12가정이나 떨어졌다"며 "위원회에서 아동에 대한 수용 범위를 계속해서 보완하라고 요청하고, 수용하지 않은 가정들은 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연 심사 시 아동의 숫자보다 예비 양부모의 숫자가 더 많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아동 한 명에 예비 양부모 세 가정이 심사에 올라가면 두 가정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대기 아동은 더 빨리 결연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며 "심사에 올라가지 않은 아동들이 더 빨리 가정으로 갈 기회를 늦추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알 수 없는 부결·기각 사유…"절차 전반 살피는 전문인력 필요"
전문성의 부재와 절차의 불투명함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팀장은 "결연위원회는 소아과 의사, 심리학자,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의 미래를 논의해야 더욱 아이 중심적인 입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렇다면 부결 사유를 공개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가정법원도 정인이 사건 이후로는 기각이 많아졌는데, 기각 사유가 없다"며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공무원들은 입양 관련 일만 하는 게 아니고, 순환 보직이기 때문에 공적 입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결연위원회도 다 자기 본업이 있고 가끔 모여서 하는 심사에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양 절차를 한 곳에서 하면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결연위원회, 아동권리보장원, 가정법원 등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상담과 조사, 결연과 사후관리까지 쭉 보고 관찰을 길게 한 사람이 전담해 전문성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결연 통보에 문자 발송과 전자우편을 활용하고, 불필요한 법원의 보정명령 등을 줄인다면 소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하려면 불가피하다는 핑계로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의 시간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적 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절차가 늦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복지부 측은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9일 열린제2차 입양정책위원회에서입양절차 개선방안으로 시설에 있는 아동을 입양 가정과 우선 결연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위탁부모가 위탁아동의 입양을 원할 경우에 결연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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