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수능 영어 출제, 내년부터 현실로…“예산 41억 확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후 01:5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현 고2 학생부터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수능 영어 문항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관련 예산 41억원을 확보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서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며 표준점수가 크게 상승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대로 떨어지며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그래픽=뉴시스)
교육부 관계자는 6일 “수능 영어 출제 관련 예산을 확보한 만큼 이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부한 뒤 외부 기업에 영어 지문 생성 프로그램 개발을 맡기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개발될 프로그램의 주요 기능은 수능 영어 지문 생성이다. 수능 영어에서는 지문 하나에 여러 개의 문항이 같이 출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문이 사교육과 관련이 있을 땐 이들 모두를 교체해야 해서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혔던 작년 수능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3.11%로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목표로 하는 6~11%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비율이다. 결국 교육부는 난이도 실패를 인정했고 오승걸 평가원장은 사퇴했다.

교육부의 자체 조사에서는 빈번한 문항 교체로 난이도 점검 시간이 부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당시 수능 영어에선 총 45개 문항 중 42%에 달하는 19개 문항이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일부 수정이 아닌 지문·선지(객관식 보기)를 모두 교체한 문항 수다. 같은 시험에서 교체된 국어(1개)·수학(4개) 문항 수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당시 교육부는 “출제 과정에서는 교육과정을 근거로 출제했는지, 사교육 연관성이 있는지를 종합 검토하는데 이 과정에서 19개 문항을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영어도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한국교육방송(EBS) 교재·강의와 출제 연계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수험생들이 한글 해석본을 그대로 암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거론되면서 ‘간접 연계’ 방식을 취하고 있다. EBS 교재에 나온 지문과 같은 주제의 글을 인용, 수능 문제로 출제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영어 지문 판박이’ 논란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2023학년도 수능이 대표적이다. 당시 영어 23번에는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Too Much Information) 중 79페이지에서 발췌한 지문이 출제됐는데 수능 전 일타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모의고사에서도 같은 지문이 등장해 논란이 컸다. 수능 출제진이 이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사교육 문제지·모의교사·교재 등과 비교해 유사한 문항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지문의 핵심 주제와 연관된 다른 지문을 찾아 출제하다 보니 사교육과 같은 원전에서 지문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AI를 활용해 사교육 연관성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지문을 생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조만간 외부 기업에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맡길 예정이다. 이어 올해 내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고 이르면 내년 6월 모의평가부터 수험생들은 AI가 생성한 영어 문항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육부의 이런 새로운 시도가 시험의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장(서울여대 교수)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지문을 생성하면 사교육 지문과의 연관성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AI 활용이 근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수능 출제 과정에 AI를 활용하더라도 출제 오류나 난이도 실패의 책임은 출제진이 져야 할 것”이라며 “시험을 어렵게 출제함으로써 본인들이 속한 학회나 학문 분야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이 오히려 근본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명예교수는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제진에 외국 국적을 가진 학자나 교원을 포함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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