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남극과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글로벌 보건 당국이 원인 규명에 나섰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국내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가 4일 세네갈 케이프 베르데의 프라이아 항구에 정박해 있다.(사진=뉴시스)
6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서양을 운항 중이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7건의 한타바이러스 감염·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70세와 69세의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 국적자 1명 등 총 3명이 숨졌다. 환자들은 발열과 위장 증상, 급성 폐렴, 호흡 부전 등을 보였으며 일부는 중증으로 악화됐다.
선박은 현재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다. 현지 정부는 입항을 거부한 채 의료진을 투입해 선상에서 환자 관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3~4일 내에 카나리아제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와 같은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타액 등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이다. 초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심해질 경우 폐 손상이나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유형에서는 드물게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크루즈선 사례는 국내에서 흔히 알려진 한타바이러스 감염과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내 방역당국 설명이다. 질병청은 “국내에서 법정 감염병으로 관리하는 것은 ‘신증후군 출혈열’으로 이번 사례는 이와 다른 계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한타바이러스 계열이라도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증상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폐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든 신장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든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다. 주된 치료 방법은 대증 요법이다. 고령자이거나 동반질환을 가졌을 경우 치명률이 상승한다.
전문가들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확한 바이러스 종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명률이나 전파력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출 결과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가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계열일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최종 확인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감염 경로 역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크루즈선이라는 환경 특성상 ‘공동 노출’ 가능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장기간 생활하는 만큼 선내에 존재할 수 있는 설치류나 오염된 환경에 동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 간 전파보다는 동일한 감염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질병청은 “해당 크루즈선에 국내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유입 가능성이나 영향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WHO 역시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도를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고 있다.
다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특히 한타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인 설치류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 활동이나 여행 중 쥐나 배설물을 발견했을 경우 가까이 가지 않고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는 환기와 위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이번 크루즈선 집단 감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요소가 많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만으로는 전 세계적인 확산이나 국내 유행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질병청은 “국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