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입장료 2배"…日 관광시설 '이중 가격제' 확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7일, 오전 05:00

지역민과 타지역 방문객 대상 입장료를 차등 부과하는 ‘이중 가격제’(Dual Pricing)를 도입한 일본 효고현 ‘히메지성’.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일본에서 외국인 관광객에 주요 관광시설 이용료(입장료)를 차등 부과하는 ‘이중 가격제’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이중 가격제 도입 지자체와 시설이 늘면서 일본관광청은 아예 이중 가격제 공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6일 일본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전역 주요 관광시설이 잇달아 ‘이중 가격제’(Dual Pricing)를 도입하고 있다. 이중 가격제는 올 3월 효고현 히메지시가 처음 도입했다. 히메지시는 올 3월 1일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사진) 입장료를 지역민에겐 1000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관광객에 대해선 2.5배인 2500엔을 차등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로 개관 70주년을 맞은 아이치현 가마고리 ‘다케시마 수족관’이 대대적인 재정비를 마치고 재개관하면서 지역민에겐 500엔, 다른 지역 이용객에겐 1200엔을 받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했다. 가마고리시는 이중 가격제 도입을 위해 조례까지 제정, 수년간 500엔으로 동결해 온 입장료 상한선을 1200엔으로 확대했다. 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아직 이중 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불만이나 방문객 감소는 없다”고 밝혔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 ‘오다와라성 천수각’도 올 3월부터 종전 510엔을 일괄 부과하던 입장료를 지역민은 500엔을 낮추고, 외국인 포함 다른 지역 방문객은 1000엔으로 2배 가까이 인상했다. 홋카이도는 비에이의 명소 ’아오이이케’(청의 호수)를 찾는 외지인을 대상으로 주차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내버스에 이중 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인 교토시는 지역민에겐 200엔, 외지에서 온 관광객에겐 1.5~2배 많은 350~400엔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 시내 주요 박물관들도 오는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외국인의 입장료를 1000엔에서 3000엔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와 관광시설이 앞다퉈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국내외 관광객 증가로 인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 그로 인해 부담이 커진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운영권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양한 일부 지역에선 운영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일정 수준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장치로도 활용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주요 관광시설의 운영 적자를 메우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효고현 히메지성은 올 3월 이중 가격제 도입 이후 방문객은 1년 전에 비해 17%가량 줄었지만, 입장료 수입은 월 2억 7000만 엔으로 2배 급증했다. 히메지시는 이중 가격제 도입으로 늘어난 연간 10억 엔의 입장료 수입을 석조 담장과 주변 기반 시설 보수에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괄적으로 같은 가격을 부과하고 지역민만 일부 금액을 깎아주거나 면제하는 공공 서비스 성격의 국내 관광시설의 이용(입장) 정책과는 취지와 목적 자체가 다른 셈이다. 최근 전시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17년 만에 유료화를 검토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 주요 관광시설들이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가네코 야스시 일본 국토교통성 대신은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중 가격제는 관광객 수요를 충당하면서 시설 운영의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지속가능성과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성 산하 일본관광청(JNTO)은 지난달 지자체와 관광시설 운영 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공식 지침(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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