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실종 군인 뒤늦게 '전사' 처리…대법 "보상금 시효 다시"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8일, 오후 12:00

서초구 대법원 모습. © 뉴스1 송원영 기자

한국전쟁 중 숨졌지만 당초 '실종'으로 분류됐다가 수십 년 뒤 전사자로 처리된 군인 유족에게 사망보상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한국전쟁 전사자 A 씨의 자녀 B 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군인 사망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1949년 육군에 입대했다가 이듬해 8월 사망한 A 씨는 당초 '실종'으로 구분됐으나, 1963년 사망신고가 이뤄진 뒤 육군본부는 1998년 A 씨를 '전사'로 처리했다.

B 씨는 2022년 군인 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국군재정관리단은 소멸시효 경과를 이유로 지급 불가 결정을 통지했다. A 씨 사망 당시 법령인 옛 군인 사망급여금 규정에서는 사망급여금 소멸시효를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로 명시했다.

B 씨는 처분에 불복해 군인 재해보상 연금 재심위원회에 청구한 심사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B 씨 측은 "1950년 전사했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A 씨와 연락되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집안 어른들 권유로 1963년 사망신고를 했을 뿐"이라며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청구를 할 수 없었던 데 B 씨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B 씨는 1963년에는 규정에 따른 사망급여금 지급 대상에 해당했고, 늦어도 1998년 무렵에는 군인사망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그로부터 각 5년이 도과한 뒤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한 점은 명백하므로 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고, 이는 2심에서도 유지됐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족이 과실 없이 군인 사망급여금 지급 사유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망급여금 소멸시효 기산점을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에서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 바꾼 1955년 개정 군인 사망급여금 규정에도 주목했다.

대법원은 "6·25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유족은 국가가 사망통지서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는 한 군인의 사망 여부·사유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1955년 개정 규정은 불평등 등을 시정하려는 반성적 고려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청구권의 시효가 1955년 개정 규정 시행 전 이미 완성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해서는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5년'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 씨가 1955년 개정 규정 시행 전까지 A 씨의 전사에 따른 군인 사망급여금 청구권 발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면서 원심이 B 씨가 사망통지서 또는 이에 준하는 통지를 받은 시점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봤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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