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고의 아니면 체험학습 사고 면책해야"[교육in]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9일, 오전 06:01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수학여행 중 안전사고가 나더라도 교사의 고의가 아닌 이상 면책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사진=본인 제공)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예방을 위해 충분히 준비해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1년에 8번씩 현장체험학습을 갔지만 현장체험학습 사고에 대한 교사 유죄 판결 사례 이후로는 그럴 자신이 없어졌다”며 “자칫 민·형사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이 언급한 교사 유죄 판결 사례는 약 4년 전 강원도 속초로 현장체험학습을 나간 초등학생이 안전사고를 당하고 이로 인해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6학년 3개 학급은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나갔다. 이때 한 학생이 전세버스에서 내려 테마파크로 이동하던 중 주차하려고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담임교사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학생들을 인솔할 때 반복해서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지 살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깨고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벌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A씨가 안전사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A씨는 상고했다가 도중에 취하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선고유예로 감형돼 교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연퇴직 처리되지만 선고유예를 받으면 판결일부터 2년 뒤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한다. A씨의 형량은 줄었지만 이 사건은 교사들에게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줬다.

현행 법령상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나도 교사 면책이 불가능하진 않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과 교육부의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 학생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시 교사가 응급처치, 환자의 병원 이송 등 사후조치와 학교장 보고조치 등을 취하면 면책이 가능하다. 하지만 2022년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사망사건처럼 사전 예방조치를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형사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강 위원장은 “2022년 사건 때도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할 때 잘 살피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이 나왔다”며 “현행 법령은 교사 면책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수준까지 해야 응급처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지 기준도 모호하다”며 “교사가 기소된 뒤 설령 무죄가 나오더라도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괴롭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의 면책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현장체험학습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전사고에 관한 사전 예방조치를 이행하면 안전사고에 대해 면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관해 강 위원장은 “사전 예방조치를 완료하면 면책할 수 있도록 예방조치의 범위와 항목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교사 부담을 덜어줄 가장 좋은 방법은 교사가 일부러 낸 사고가 아니면 안전사고에 대해 면책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학생·학부모 민원에서 교사들을 보호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민원 압박도 현장체험학습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 장소가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현장체험학습에서 찍은 자녀의 사진이 너무 적다는 민원을 실제로 받고 있다”며 “현장체험학습 시행 여부는 학교 재량으로 정하는데 민·형사 소송과 민원 부담이 있는 한 현장체험학습을 나가려는 교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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