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엎으면 폭행죄?…대법 "신체 향한 직접적 위험 없으면 성립 안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10일, 오전 09:02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단순히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사진=연합뉴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5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실에서 회의록 작성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B씨와 말다툼 중 화가 나 양손으로 앞에 놓인 책상을 B씨가 서 있던 방향으로 뒤집어 엎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시와 B씨의 위치는 1m가 안 되는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뒤집어엎은 책상 파편의 일부가 B씨에게 튀는 등 B씨가 상당히 놀라고 위협을 느꼈다는 이유로 폭행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신체 접촉이 없는 사안이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2심은 A씨 행위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형법 제260조에 규정된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가리키며, 그 유형력의 행사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의 작용을 의미한다”며 “피해자의 신체에 공간적으로 근접해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인정할 수 있고, 폭행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폭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폭행죄의 보호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행위의 신체지향성 유무와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법성의 정도 및 직접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직접적인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신체에 가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아울러 참작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피고인이 책상을 뒤집어엎은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었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 기준 약 10시 방향에 서 있었던 점,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단순히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었다는 것만으로 ‘폭행’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또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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