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으로부터 소년보호사건 치료위탁기관 지정이 취소된 병원 관계자의 발언은 정신질환 소년범 치료 현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병원의 인력과 시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지정 위주’ 행정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현장에서는 치료 역량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위탁기관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병원들은 일반 정신질환 환자와 7호 처분 소년범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공간조차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립정신건강센터다. 이곳은 2013년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치료위탁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코로나19 당시 중단한 소아청소년 폐쇄병동 운영을 인력 부족으로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소아청소년 전용 4병상을 별도로 운영 중으로 예약 대기 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이다. 민간 병원 역시 인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치료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치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배경에는 만성적인 인력 문제와 낮은 보상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소년범 치료는 범죄 심리와 중독, 소아청소년 정신질환까지 아우르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데다 자해나 폭행 위험에 따른 안전 부담도 크다. 그러나 임기제 중심의 인력 구조와 낮은 보수, 높은 업무 강도가 겹치면서 의료 현장에서 사실상 외면받는 영역이 됐다.
(자료= 법무부·김선민 의원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민간에서 기피하는 환자를 공공병원이 맡게 되지만 대부분 자발적 참여가 아닌 지정에 따른 것”이라며 “인력과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놨다.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정신질환 소년범 증가에 대응해 인력 확충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는 한편, 전문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이달 안양·대전소년원을 시작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2027년까지 전국 12개 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정신과 치료의 핵심인 환자와의 라포(신뢰 관계) 형성이 비대면 방식에서는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안정적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반복 처방에는 활용할 수 있겠지만, 화상 진료만으로는 환자의 눈빛이나 표정, 태도 등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하기 어려워 정확한 진단과 치료 조정에 한계가 있다”며 “원격진료 확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