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법왜곡죄 시행 두 달이 되기 전 200명에 달하는 법관이 고소·고발을 당하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형사재판부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 도입으로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법관의 판단을 더 위축시킬 거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사 법관을 지원할 방안을 검토 중인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부담 감수하며 형사부 근무하고 싶은 법관 없을 것"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은 총 239건, 그 대상자는 모두 3272명이다.
이중 법관은 193명, 검사는 269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1067명도 포함됐다.
집계일 이후 추가 접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법왜곡죄 시행 60일이 안 된 시점에 고소·고발된 법관이 200명 안팎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제도 시행으로 인한 우려가 여전하다.
법왜곡죄 도입 이전부터 형사재판부 근무를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치인 등이 연루된 일부 주요 사건에선 재판부의 심리, 양형과 관련해 건건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등 부담이 적기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민사재판과 비교하면 재판 절차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고, 전자화 작업이 최근에 이뤄져 기록 검토에도 긴 시간이 걸린다.
특히 구속 피고인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기간 내 필요한 심리를 다해야 하고, 인식 구속 등의 부담도 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민사, 행정 등 다른 사무분담에 비해 육체적·정신적 소모가 더욱 크다고 평가된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부 등 비선호 보직에 대해 과거보다 인상된 직무성과급을 지급했다. 또한 형사재판부에서 장기 근무한 법관을 대상으로 한 국제 연수 선발 기회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왜곡죄 도입으로 자신이 담당한 형사 사건 관련 수사 및 형사 책임 가능성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형사재판부 기피 현상은 짙어졌다.
한 지법 부장판사는 "법왜곡죄 시행 하나로 이전까지 마련해 온 형사법관 지원 방안까지 판사들에게 전혀 영향이 없지 않겠나 싶다"며 "이런 부담까지 감수해 형사재판부에서 근무하고 싶은 법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소·고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부에서는 법리를 엄격하게 판단하더라도 판결을 받아본 당사자가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문제 삼을 수도 있다.
한 고법판사는 "조항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당사자가 어떤 것을 문제 삼을지 알 수 없다"며 "형사재판부를 아예 피할 순 없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되도록 다른 재판부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대책 마련에 집중…'직무소송 지원센터' 설립도 검토
법원행정처에서는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TF는 △진행 단계별 매뉴얼 제작 △타 기관과의 협력 △법왜곡죄 실체법적 해석 기준 △해외 사례 △악성 고소인에 관한 대응 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직무소송 지원센터' 설립도 적극 검토 중이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무관을 충원해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 현황을 취합하고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를 행정처 내에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9일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 주재로 열린 전국 수석부장 간담회에서는 형사 법관 지원방안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형사 법관들이 위축되지 않고 재판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구체적으로 △변호인 선임 지원 △전담 기구 설립 △매뉴얼 제작 △부당소송 지원 내규 개정 등 지원방안이 논의됐다. TF는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달형사재판 보호·지원을 위한 최종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