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7 © 뉴스1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한 전 총리 측은 항소심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의 진술 신빙성 등을 근거로 들어 한 전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2-1부(고법판사 이승철 조진구 김민아)는 지난 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징역 15년은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1심 최초 구형량이다.
"한 전 총리 '尹 계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호 진술 신빙성 인정
한 전 총리 측은 항소심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으로 나아갈 것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한 전 총리에게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및 내란중요임무종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측은 "2024년 12월 3일 오후 8시 45분쯤 대통령 집무실에 입실하기 전까지 비상계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기 전 대접견실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김 전 장관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교부받거나 소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한 전 총리가 대접견실에서 가지고 있던 포고령을 읽어봤다'는 취지의 김 전 장관 진술 또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한 전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 전 장관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경찰, 특검 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심 법정에서는 "수사를 받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대접견실에서 한 전 총리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기억에 착각이 있던 것 같다"고 증언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경찰 조사에 폐쇄회로(CC)TV 영상의 내용을 알려주기 전에도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헷갈린다'라고 진술해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당시 김 전 장관이 참석자들의 입실 경위나 순서 등을 착각해 진술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김 전 장관이 다른 국무위원들이 대접견실 또는 대통령 집무실에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대체로 CCTV 영상 내용에 대체로 부합하게 진술한 점 등을 들어 김 전 장관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2024년 9월쯤부터 당시 야당 인사들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준비설을 언급했고, 한 전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한 사실도 있는 점을 들어 한 전 총리가 계엄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당시 정국 상황, 윤 전 대통령이 별다른 이유를 고지하지 않은 채 저녁 시간에 대통령실로 오라고 갑자기 연락한 점, 김 전 장관도 한 전 총리가 반신반의하면서 비상계엄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실로 오라고 갑자기 연락한 이유가 비상계엄과 관련이 있을 개연성 등을 김 전 장관에게 언급하는 과정에서 말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비상계엄 조치·내란 경험해 심각성·중대성 알았음에도 내란 가담"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양형 이유를 밝히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경험해 당시 발생한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1970년쯤 행정부 사무관으로 임용된 이후 군복무 중이던 1972년 및 경제 관료로 재직하던 1979~1980년쯤 있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조치와 내란 상황을 경험해 그런 사태가 야기하는 광범위한 피해와 혼란, 그 심각성과 중대성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에서 오는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다"고 질타했다.
다만 "내란 행위에 관해 이를 사전에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볼만한 자료는 기록상 찾기 어렵다"고 유리한 정상을 밝혔다.
이어 "12·3 비상계엄이 있기 전까지 50여년간 공직자로 봉직하는 동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다수의 훈장과 포장을 받는 등 국가에 헌신해 온 공로가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연령(76세),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등 양형 조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