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 © 뉴스1 이승배 기자
"접견 편의 제공은 범죄행위에 가깝다."(양홍석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청구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안미현 검사를 비롯한 전·현직 검사들 사이에선 "검사가 피의자의 자백을 받으려 노력한 것이 징계 사유인가" 등 날 선 반응이 우세하다. 반면 박 검사가 핵심 피의자에게 특정 자백을 요구하고, 접견 편의를 제공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시각도 팽팽하다.
"나도 자백 요구·음식물 제공했다" 현직 검사 날 선 비판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구자현 대행이 박 검사의 징계를 청구한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저는 자백 요구 음식물 제공한 검사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적었다.
안 검사는 지난주 구속영장이 신청된 소년범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전 면담을 한 일화를 언급하면서 "소년범은 내 말을 듣더니 번의하여 자백했다. 나는 자백요구를 한 셈"이라고 했다. 또 2014년 사기 피의자를 수사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피의자가 갑자기 탕수육을 시켜달라고 해 사비로 탕수육을 추가로 시켜주었다. 나는 음식물을 제공했다"고 했다.
안 검사가 언급한 '자백 요구'와 '음식물 제공'은 대검 감찰위원회가 박 검사에 적용한 징계 청구 사유다.
대검은 감찰위는 △다른 사건의 수사를 언급하며 부당하게 변호인을 통해 자백을 요구한 사실 △수용자를 소환조사하고도 수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 △음식물 또는 접견 편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공한 사실 등 비위 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연어회 술 파티' 의혹은 징계 청구 사유에서 빠졌다. 검찰 조사실에 술이 반입되는 것을 방지할 관리책임은 검사가 아닌 교도관에 있다고 본 것이다. 박 검사는 "주요 혐의는 다 빼놓고 별건 표적 수사로 중징계를 청구했다"며 발끈했다.
박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렇게 요란했던 연어 술 파티, 진술 세미나, 형량 거래는 결국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도 "제가(검사가) 자백을 요구하는 사람이지, 자백을 거절하는 사람인가"라며 형량 거래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안팎에선 대검의 징계 청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먼저 나왔다.
조광훈 서울동부지검 조사과장은 페이스북에 "자백 요구와 편의 제공으로 징계한다고?" 반문하면서 "수사관 생활 36년 했다지만 살다 살다 그 XX같은 징계거리는 처음 본다"고 적었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검이 박 검사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는데 연어 술 파티라고 떠들썩했던 것에 비해 초라하다"고 꼬집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자백을 하라, 마라로 다투는 게 검사와 변호인 간의 일인데 그걸로 징계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다른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여성 피의자들을 조사할 때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잔 사주곤 하는데, 그게 징계감이 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 뉴스1 김민지 기자
"자백 아닌 특정 진술 요구, 선 넘었다" 지적도
박 검사의 자백 요구와 편의 제공은 명백한 부당 수사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백이 아니라 특정 진술을 요구한 것이 문제"라며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접견 편의 제공 사유가 가장 심각하다면서 "접견 편의 제공은 개인적으로는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이것(접견 편의)에 대한 대가로 '특정 진술'을 요구하는 예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검사는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서민석 변호사를 통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자백)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는 통상적인 자백 요구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고, 그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해 접견 편의를 제공한 건 사실상 범죄라는 설명이다.
구 대행이 박 검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가 있으면 산하 감찰위원회에서 추가로 징계 여부를 심의하거나, 곧바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법무부 단계에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법무부가 감찰위와 징계위 중 어떤 절차를 밟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규정 제2조는 검사에 대한 감찰·감사 사건을 '중요 감찰·감사 사건'으로 보고 감찰위를 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의무 규정은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모든 검사에 대한 사건에 대해 감찰위를 여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검사는 법무부 절차에 출석해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최종적으로 '징계 결론'이 나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 검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또는 징계위원회에서 다투고, 징계 처분이 이뤄지면 취소소송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