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홍씨의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 3800여만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당초 유족 측의 청구액은 약 4억 7000만원이었으나 법원은 7700여만원 수준만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3월 유족이 청구한 대부분의 금액을 인정해 3억 7142만원 가량을 국가가 지급하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당시 언론에 보도된 홍성록씨 관련 기사. (사진=홍성록 씨 자녀 측 대리인 제공)
1986년부터 5년여간 경기 화성 일대에서 10여차례 걸쳐 벌어진 이른바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진범 이춘재가 2019년 9월 자백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홍씨는 1987년 3·5·6차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강제 연행된 뒤 약 7일간 구속영장 없이 불법으로 구금됐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홍씨에 대한 조사는 경찰서와 파출소, 여관 등을 옮겨다니며 외부와 격리된 채 이뤄졌다. 홍씨는 불법 구금됐던 152시간 중 세 차례에 걸쳐 총 19시간만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서류철로 머리를 맞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유도진술을 통해 범행 당시 활용 도구 등 증거를 조작하고 ‘변태성욕을 가진 정신병자’로 묘사하는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를 첨부하기도 했다.
홍씨의 자녀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강요받았다. 경찰은 당시 만 10세, 7세였던 자녀들의 머리를 때리며 “아빠를 보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결국 홍씨로부터 허위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홍씨 실명과 얼굴, 주소, 직장 등을 언론에 공표했다. 특히 가족관계를 모두 공개하면서 홍씨를 가출한 부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범행을 저지른 변태성욕자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홍씨는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석방됐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2002년 3월 사망했다.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살인누명 국가배상소송 1심 선고가 끝난 후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던 고 홍성록 씨의 자녀 측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씨의 유족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예상한 금액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라며 항소를 예고했다.
박 변호사는 “진범이 밝혀지기 전까지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사실이 낙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사실상 사회적 죽음 상태로서 많은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며 “사안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 전까지 누구로부터도 사과받지 못한 상태로 낙인 속에서 산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 있는 모습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한 기대와 상당히 거리가 먼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판결이지만 이를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억울하게 수사받은 분들이 권리를 주장할 길이 열려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